암~ 그럼요, 당연하죠 …'아부계 전설'

아부의 왕 (코미디/ 118분/ 15세 관람가)

시대가 변한 걸까. '아부'라는 단어를 이렇게 떳떳하게 드러내고 '왕'이라는 존칭까지 붙여 사용하다니 말이다. '티 나지 않는 아부'는 능력으로 치부하는 요즘, 아부계의 전설이 있다면 당신도 찾아가지 않겠는가.

 

꼿꼿한 심성 때문에 만년 교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동식(송새벽)은 국내 굴지의 보험사에 수석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기획팀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모두에게 미운털이 박힌다. 결국 동식은 열심히 하기로는 누구보다 최고지만 지독한 사회성 장애로 결국 영업사원으로 좌천되고 만다. 여기에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쓴 사채까지 떠안게 되면서 궁지에 몰리고 이제 희망은 오로지 억대 연봉의 보험영업왕이 되는 것 뿐. 하지만 평생 아부와는 담 쌓고 살았던 동식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희망은 어디에나 있는 것. 아부의 정석을 일찍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비법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를 찾은 동식이 그의 제자가 되어 아부의 길로 들어선다.

 

'아부의 왕'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 된 인물은 아부계의 새싹인 동식역의 송새벽이었다. 영화'방자전'을 통해 어눌한 말투와 코믹 연기로 급부상 한 송새벽을 전면에 내세운 것. 그와 함께 '혀고수'로 등장한 성동일의 맛깔 나는 연기를 더해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 냈다. 능력은 기본이요 갑(甲)의 눈에 들기 위해 아부를 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바탕에 있어 아프게 웃기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힘이 영화 후반까지 가지는 못한다. 한국 코미디 영화가 가진 단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삼천포'가 종착역이 되고만 것. 뜬금없는 로맨스나 권력에 대한 항쟁(?) 같은 퍼즐이 제자리가 아닌 곳에 들어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