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초청으로 지난 22~23일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 올려진 넌버벌 퍼포먼스 '장난감 연구실 대소동'이 화제를 모았다. 대사 없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돌파구는 바로 '몸'. 여기에 서커스를 일부 가미했다.
일본 마임이스트 다이스케(53)씨와 공연을 기획한 국내 유일한 부토 무용가 아내 서승아(47)씨, 그의 딸 서우림(13·김제초 6)양의 합작품이다.
"몰라서 공연을 못 찾아오는 것이 아쉽지, 한 번 보고 나면 관객들이 너도 나도 찾아요."
서 씨는 '2012 춘천 마임 축제(5월 20~28일 춘천) 초청작이라고 소개했다. 마임을 하는 뚱보 인형, 우스꽝스런 마법을 시도하는 홀쭉이 인형, 아크로바틱을 자랑하는 빡빡이 인형이 주인공. 모자 때문에 악마 인형으로 변한 뚱보 인형이 소녀를 납치하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이 벌어진다.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몸짓은 대중적이고 어느 정도 깊이도 있다. 악마 인형과의 대결에서 선보이는 외줄타기에 유머러스한 저글링 등으로 끝막음될 때마다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몸으로 빚어내는 묘기와 천진한 광대극으로 긴장·이완의 리듬을 이어간 것. 동작이 조명, 음악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몸의 무늬를 찍어낸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다이스케 씨는 "곡예·춤·음악이 어우러지는 쇼를 추구한다"면서 "일상 바깥에서 특별하고 즐거운 체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기서의 특별한 체험이란 어른의 마음 속에 사는 아이들을 불러 들여 행복한 꿈을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일본 현대무용의 한 갈래로 가부키 등 전통극에 표현주의와 모더니즘, 허무주의가 뒤섞인 부토를 해온 서 씨는 춤에 관한 조언을 해주고 효과음을 집어넣는 등 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
그는 "지방 공연을 다니면서 관객들이 늘다 보니 힘이 나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면서 "무대에서 내가 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서리를 맞고 관객이 급감된 서커스나 대중화 단계에 있는 마임 공연은 여전히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다이스케 씨는 "포기할 핑계를 찾다 보면, 끝이 없다"면서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우리의 유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