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발전을 이끄는 중견 언론인 단체지만 태동 당시엔 박권상 조세형 등 개혁적인 젊은 기자 6명이 뜻을 같이 한 소박한 모임이었다. 1955년 미국의 노스웨스턴대학으로 연수를 갔던 이들이 선진화된 미국 언론에 충격을 받고, 한국의 언론발전을 위해 연구와 친목단체를 만들기로 결의한 것이 시발점이다.
귀국한 뒤 기자 몇몇이 추가로 참여하고 여러차례 모임을 가진 뒤 1957년 1월 11일 관훈클럽이 창립됐다. 창립회원은 김보성 김용구 김인호 노희엽 민병규 박권상 박중희 이경성 이광표 이규현 이시호 이정석 임방현 정인양 조세형 진철수 최병우 홍성원(가나다 순) 등 18명이었다.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국회의원·주일대사를 역임한 조세형, 월간 '현대' 편집장과 청와대 대변인·국회의원을 지낸 임방현은 전북출신이다. 관훈클럽은 관훈동에서 맨 처음 모임을 결성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원은 현재 900여명에 이른다.
1957년 창간한 '회지(會誌)' 제1호 '권두언'은 관훈클럽 창립정신을 이렇게 적고 있다. "세계의 사조는 숨가쁘게 흐르고 현실의 과업은 겹겹이 절박해 오는 이때 어찌 언론만이 수구(守舊)하여 주저앉아 있겠는가. 자성과 개신(改新)으로 취약과 편협과 횡포를 박차고 새 사조를 호흡하여 능히 세대의 앞장을 서야 한다."
55년 전의 일이건만 오늘날에도 딱 들어맞는 창립정신이다. 언론의 사명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국민의 '알권리(right to know)'에 충실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 그것이다. 지역언론 환경은 열악하고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다. '감시견(watch dog)'이 아니라 '애완견'이란 비판도 있다.
전북엔 변변한 언론 모임 하나 없는 터에 때마침 '전북언론인클럽'이 내일(27일) 창립총회를 갖는다. 현직에 있는 '전·현직 편집 보도국장'이 그 대상이고 향후 외연도 더 넓혀질 것이다. 관훈클럽이 한국 언론발전을 이끈 것처럼 전북언론 발전에 새 디딤돌이 되길 기원한다. /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