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전북지부는 라오스 볼리캄사이(Bolikhamxay)주의 일대에서 15~20년 장기계획으로 ADP(Area Development Program:지역개발사업)를 시작했다.
ADP사업은 지역의 어린이와 가족, 지역주민들이 풍성한 삶을 살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월드비전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식수, 보건사업, 농업개발과 소득증대사업교육 및 주민역량강화 사업 등 지역민들의 실정에 맞는 사업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인 도움을 준다.
한 어린이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어린이가 사는 마을 전체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에 따른 것이다. ADP의 사업의 진행상황을 살피고 앞으로의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월드비전 전북지부, 도내 교장선생님 등과 함께 현지를 방문했다. 라오스의 교육현실과 ADP사업으로 변해가는 라오스인들의 모습을 2차례에 걸쳐 싣는다.
△학교방문
"싸바이디.(라오스 인사말)"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차량으로 4시간 남짓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린 끝에 도착한 반콩캄(Ban kongkham)지역. 차량이 지나간 자리에 가득히 피어오른 붉은색 흙먼지가 서서히 사라지자 조그마한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월드비전에서 다년간 콩캄(kongkham)마을의 초등학교.
학교 입구 양편에 학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연신 "싸바이디"라고 말하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이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두 손에 정성스럽게 만든 야생화 꽃다발을 안겨주며 지역민들에게 학교를 지어준 일행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일행을 반기는 마을에서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와 학교 준공식에 참석했고 춤과 노래를 부르며 이날을 자축했다. 일행들도 지역민들과 함께 우리나라 민속놀이, 춤 등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지역민들이 이날(콩캄학교 준공식)을 반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라오스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 학교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교실 1/4 크기의 공간은 교장실과 교무실을 함께 있고 사무 공간이 라기 보다는 잡동사니 보관창고였다. 대나무로 엮은 교실은 여기저기 찢기고 구멍이 숭숭 뚫렸으며, 그 안에는 나무판자로 대충 짠 책걸상이 놓여 있었다.
최신식 건물은 아니지만 제법 학교다운 모습을 갖춘 공간을 갖게 된 주민들은 TV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을 터. 하지만 라오스 대부분의 지역은 지난해까지 콩캄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볼리칸지역(Bolikhan District)에 있는 반동 마을 초등학교의 경우 2개의 교실에서 70여명이 수업을 하고 있다. 라오스의 초등학교는 5년제이기 때문에 2~3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월드비전 전북지부는 이 학교 학생 70여명과 2㎞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서 170명이 공부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를 짓기로 했다. 5000만원을 들여서 4개의 교실이 있는 학교를 짓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교실 한 칸을 짓는데 거의 1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하니,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짓는 건물이다.
콩캄 초등학교에서 준공식이 열린 뒤 현지인들이 팔목에 걸어준 '행운의 끈'을 바라보며 다른 지역에 있는 학생들도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기를 기원했다.
△라오스의 교육현실
라오스의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취학비율은 지역에 따라 56~95%에 불과하다. 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전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는 전체의 35%에 불과하고 나머지 학교들은 1학년부터 2학년 또는 3학년까지만 운영한다. 아이들의 중퇴율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볼리캄 지역은 43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중학교는 3개에 불과하다.
파카딩 지역은 51개 마을 중 10여개 마을에 아예 초등학교가 없고 중학교도 7곳뿐이다. 학교시설도 매우 부족하다. 반동초등학교처럼 2~3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경우가 많다. 교실 안에 교육기자재도 전혀 없다. 게다가 교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우수한 인력확보를 어렵게 한다. 이 나라 초등학교 교사의25%는 제대로 된 교육연수를 받지 못했으며, 8%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시설의 부족, 교사의 자질부족 등에 더해 부모들의 가난과 무지도 아이들의 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교복이나 교과서 등을 감당할 수 없는 부모들이 많다. 또 부모들은 그들 자신이 문맹이기 때문에 교육의 필요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보다는 집안일을 돕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단 일행은 이런 교육현실에 맞게 아이들이 중도에서 탈락하지 않고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한국에서 준비해 간 교구재와 교과서를 전달했다.
△주민들과 협력체제
월드비전의 사업은 철저하게 주민들의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일방적인 도움은 다시 빈곤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온 철학이다. 라오스의 주민들도 월드비전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콩캄 초등학교 교실 안에는 건물 신축을 위한 주민들의 기부한 내역이 걸려 있었는데, 50여명의 주민들이 5만~10만 킵(Kip)씩을 냈다. 우리 돈으로 치면 6000~1만2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나라 주민들의 살림형편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액수이다.
라오스는 나무가 많은 나라다. 주민들은 콩캄 학교를 짓는데 처음부터 참여해 노동력 등을 제공하고 건립에 필요한 목재들은 손수 마련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정부 관계자들도 월드비전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볼리칸 지역(Bolikhan)과 파카딩의 (Pakkadin)의 정부관계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협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은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