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와 '당나귀 투어'

김윤덕 국회의원

 

먼 옛날 신라 경문왕의 집권 15년 동안 지진, 홍수, 가뭄, 메뚜기 떼의 출현 등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아 민심이 흉흉했다. 전염병마저 수 차례 돌았다. 결국 그를 왕위에서 끌어내리려는 반란도 세 차례나 일어난다. 이 와중에 그는 간통하여 아들을 낳고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이고자 하니, 그 불운의 왕자가 바로 궁예이다. 결국 궁예는 아버지와 신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고 이를 멸망시키는 데 진력한다. 당시 신라 백성이 느낀 슬픔과 분노는 가히 짐작할만하다. 민심은 현실에 분노하며 하나의 설화로 형상화된다. 그 얘기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다.

 

이야기 속 왕은 당나귀처럼 생긴 자신의 커다랗고 흉측한 귀를 숨기기 위해 복두로 가린다. 오직 혼자만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복두장이는 평생을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 끝내 대나무 숲에 가서 "우리 임금 귀는 당나귀 같다"고 외쳤다. 그 뒤에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에서 "우리 임금 귀는 당나귀"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복두가 왕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는 허위의식이라면, 대나무 숲은 여론을 의미한다.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 통제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시절 언론특보들을 낙하산 사장으로 투입해 언론장악을 위한 야전사령관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공권력을 총동원한 KBS 장악,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적극 활용한 MBC 죽이기로 이어졌다. YTN 노조원 강제 해고 및 중징계, KBS 사원행동 인사 중징계, 윤도현·정관용·김제동 및 손석희 씨 등 강제 퇴출에 이어, MB정부에 비판적인 YTN 및 KBS 인사의 지방 전보발령으로 보복인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민 65%이상의 일관된 반대를 무시하고, 오로지 국회 다수당라는 수적 우위를 악용해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했다.

 

결국 MBC를 비롯한 언론인들의 의미있는 파업과 저항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전주와 서울에서 MBC 사장 퇴진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MB정권의 위정자들은 도대체 왜 이런 언론정책을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한결같은 여론이다. 신라시대 백성부터 삼척동자까지 다 알고 있듯, 진실을 감추기 위해 대나무 숲을 베는 것보다, 국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대나무 숲을 더 심고 그곳으로 찾아가는 게 순리일텐데 왜 그들만 이를 외면하는지 답답하다는 하소연이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민심을 수렴하고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주부터 민심현장방문을 시작한다. 4년 임기동안 100회 이상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현안이 있는 곳에 국회의원이 찾아가 당나귀처럼 귀를 쫑긋 세워 크고 작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우리 시민들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맘껏 외치기도 하는 담론의 장이다. 당나귀는 작은 덩치에도 힘겨운 짐을 마다 않는 우직한 짐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붙인 명칭이 '당나귀 투어'이다.

 

중앙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현안을 모든 정치의 중심무대로 삼아 지역정치에 뿌리를 둔 의정활동을 펼쳐 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당나귀투어에 함께하면 '같이하는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당나귀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줄임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