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시인의 '58년 개띠'라는 시다. 1992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노동자 시인이다. 현장 노동자의 눈으로 본 세상, 거짓 없이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담아내고 있다. 58년 개띠인 그는 자신의 상황을 빗대, 한 눈 팔지 않고 땀 흘리며 살아온 근로자들의 정직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출세라고 읊고 있다.
58년 개띠는 베이머부머(1955년~63년생)의 중간쯤 된다. 시인은 58년 개띠를 상징어로 택했지만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그러한 삶을 산 세대다.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 왔고 경제동력을 창출한 세대들이다. 산아제한정책 전에 태어난 이들로 대략 713만명쯤 된다. 전체 인구의 15%에 이르고 취업자 532만명 중 급여근로자는 약 32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중추세력이었던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공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종사자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를 맞고 있다. 방 뒷구석에 쳐박아 두는 직장도 있고 일감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 한창 때 단물 빼먹고 고임금 근로자가 되니까 방출하는 격이다. 임금 피크제를 적용하는 직장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문제는 노후 대비가 부실하다는 데에 있다. 생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문제화될 수도 있다. 대량 은퇴에 따른 세수 축소와 복지비용 증가, 숙련 노동력 퇴직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약화 등의 역기능도 우려된다. 그냥 놔두었다간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일을 위해 살았지만 조기 퇴직당하고 막판 갈 곳도 없는 베이비부머들이 처량하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돈 떼먹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대가 치고는 세상이 너무 고약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