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은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의 항구적 토대를 닦는데 있어서 필요조건 중의 하나이다.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특정한 날에 대한 의의와 그 정신을 국가가 인정하고, 그에 따른 의례 등의 행사를 정부가 주도할 뿐 아니라 이와 병행되는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국가기념일 제정 논의는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논의되었으나 이를 위한 토론회 및 공청회 등이 개최된 것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때의 일들은 추진 주체의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야기되고, 국민적 관심은 물론 공감대 형성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학자들과 특정 단체 위주로 진행됨으로써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념일에 합당한 기준과 원칙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 후 2011년 5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주도한 '동학농민혁명국가기념일 제정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3차례의 회의가 개최되었으나 위원의 자격과 위원 추천 방식의 문제, 기념일로 합당한 날에 대한 기준의 미제시, 학문적 연구성과 미반영,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부족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 13개 지역기념사업회에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추진위원회는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국가기념일은 어느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국적인 차원의 기념일이 되어야 하며, 객관적 기준에 입각한 공정한 택일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공인된 국가기념일이 될 것이다."라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기념일 제정 추진이 객관성과 합리성과 공정성은 물론 국민적 관심과 여론의 공감대 형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념일 제정에 있어서 학계나 전문가의 제한적인 역할도 지적되었다. 즉 동학농민혁명의 의의를 드러내고 그 기준점 설정을 위한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밝히는 일은 학계의 몫이지만, 제시된 여러 기준점에서 어느 날을 정하느냐의 선택권은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참작해서인지 모르나,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은 금년 6월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기념일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간 기념일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여론조사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국민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날을 기념일로 제정해서는 안되는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나….
그런데 국민여론조사로 기념일을 제정하겠다는 기념재단의 결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고 한다. 기념일 제정에는 동의하면서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반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해서는 먼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기념일에 합당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뒤에 전문 학자들의 학문적 연구성과가 반영되어야 하며, 추진 주체는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선택권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과 절차 및 과정을 통해 국가기념일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