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주지역 시원한 명소 - 남천교 누각 싸전다리 밑 상쾌한 바람~

▲ 남천교 청연루는 승암산에서 내려오는 산바람과 전주천의 강바람이 누각 안으로 시원하게 불어와 주민들의 여름철 쉼터로 인기가 많다.

지난달 2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력비상훈련이 있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면서 정전사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한 훈련이었다. 단 20분간의 정전으로 5백만kw의 전력을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훈련이 새삼 필요해진 것이다. 올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긴 가뭄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두 달 남짓 남은 올 여름나기는 심각하다. 여름날 시원한 공간으로 사랑을 받는 곳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리 밑.

▲ 싸전다리 밑에서는 더위를 피해 나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화투로 소일하거나 두런두런 담소를 나눈다.

△ 싸전다리 밑에서 펼쳐지는 노년의 여름날

 

전주천 다리 가운데 전주교로 불리는 싸전다리가 역사로 보나 역할로 보나 첫손에 꼽힌다. 남문시장과 풍남문이 가깝고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탓에 자연 차량이 많고 사람들이 꼬이는 다리다. 사실 멋없이 크기만 한 이 다리는 1922년에 시멘트로 만들어져 전주천에 가로 누운 이래로 우릉우릉 소리를 울리며 짙은 그늘을 드리워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싸전다리 밑은 주로 나이 지긋한 노인들로 북적인다. 여름이면 서늘한 그늘에서 화투로 소일하기도 하고 개울에서 다슬기도 잡기도 하며 인생의 황혼을 보낸다. 좀 구질스럽고 퀴퀴해 보이지만, 이만한 놀이터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그들에게는 정들고 기분을 달뜨게 만드는 공간이다.

 

최근 전주시가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을 발표하고 안전과 홍수 피해를 이유로 낡은 쌍다리를 현대식 교량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철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어은동의 주민들이 쌍다리에 얽힌 추억을 담은 사연들을 다리난간에 내걸었다. 한결같이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피서지이자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던 다리를 지키고 싶어했다. 이처럼 싸전다리와 쌍다리를 비롯해 전주천에 놓인 수많은 다리들을 주민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쉼터로 재발견하여 돌려주는 일도 현대식 교량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 3년 전 옛 지도에 그려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한 남천교 전경.

△ 전주천의 명품 여름공간, 남천교 청연루

 

예전에는 안경다리 혹은 무지개다리로 불렸던 남천교는 3년 전 옛 지도에 그려진 원래의 모습을 본떠 놓여졌다. 화강암으로 으리으리하게 쌓아올린 홍교 위에는 18칸 짜리 청연루가 위풍당당하게 앉았는데, 이렇듯 크고 근사한 한옥누각이 다리 위에 올라앉은 것은 청연루가 유일하다고 한다.

 

전통양식으로 공들여 지어진 청연루에 올라가면 동쪽으로 탁 트인 시야에 승암산이 뛰어든다. 그 산에서 내려오는 산바람과 한벽루 절벽을 지나 흘러오는 전주천의 강바람이 누각 안으로 시원하게 불어든다. 한옥마을을 돌아 나온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노곤한 다리를 뻗고 쉬거나 마을사람들이 마실 겸 나와 정담을 나누며 여름날을 보낸다. 먼 곳에서 놀러온 손님들과 마을사람들이 어우러져 한여름 백일몽의 추억을 만들어간다.

 

남천교 다리 밑 그늘도 그냥 묵히기 아까운 곳이다. 평상처럼 앉아 쉴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개를 앞세우고 전주천변을 걷다가 쉬거나 무람없이 누워 오수를 청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노릇을 한다. 이렇듯 남천교는 전주천의 여느 다리들이 본받아 좋을 만큼 다리 밑에서 또 다리 위에서 여름의 무더위를 쫓아내는 여름공간으로 사랑받는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프리랜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