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만장했던 한 집안의 가계사적 흥망성쇠의 과정을 추적해낸 장편소설이 나왔다. 완주 삼례 출신의 소설가 이완구씨가 낸 '백년간의 비밀'(화남)은 동학농민혁명과 한국전쟁 등 5대에 걸쳐 100년 동안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아픔을 그린 인생역정의 기록이다.
작가는 탐구적이고 진보적인 여학교 국어선생(소설 주인공 신혁)을 역사추리 탐정으로 내세워 외가와 친가가 겪은 역사적인 수난을 추적, 가계사적 갈등과 해원을 통해 인간존재의 근원과 그 뿌리를 되물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집필을 위해 실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완주 삼례를 중심으로 5년 가까이 증언·문헌조사·현장답사를 통해 파편들을 모았단다.
"고향 마을 친척들의 뼈아픈 증언들을 들으면서 동학과 사회주의로 망한 외가와 친가의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
소설에서 다룬 것은 한 가족사이지만, 넓게는 동학농민혁명군 후손들의 가족사며, 전북지방의 수난사이다. 30만명이 희생된 동학농민혁명, 연좌제와 궁핍한 삶을 산 후손들의 100년에 걸친 고난과 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해 그 명예를 회복한 이야기다.
저자 이씨는 허구적인 상상보다는 사실에 충실한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 때 관심을 끈 소설이 모계의 200년에 걸친, 흑인 노예들의 비극적인 삶을 폭로한 기록문학적인 소설인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였단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아버지들의 꿈과 이상을 조명하고, 그 꿈을 갉아 먹는 세력을 규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국문과 출신의 이원구씨(66)는 전국국어교사 창립회장을 지냈으며, 한국평화문학포럼 이사, 원불교 서울문인회 이사,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대의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