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는 불경기를 극복할 대책으로 이자율 인하와 정부 재정의 적자 운영을 통한 수요 극대화, 소득의 재분배를 통한 소비성향 증대 세가지를 들었다. 앞의 두가지는 세계적 대공황을 경험한 탓이라 투자 유인 쪽에 무게를 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뒤의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소득 재분배는 적극 장려해야 할 정책적 수단이다.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모양이다. 제조업도 그렇고 자영업자들도 모두 울상이다. 작년보다 더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가히 세일천국이랄 정도로 길거리 상점마다 세일 표시가 내걸려 있다. 심지어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70∼80%까지 세일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
로드샵은 물론이고 백화점 경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모든 백화점이 사상 처음으로 한 달간 동시 세일에 들어가 있다.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백화점 관계자는 "불황도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고객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중 소득 상위 10%, 이른바 부자들의 소비(월 401만원)도 전년비 1.9%나 줄었다. 98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부자들의 닫힌 지갑은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하물며 서민은 더 말해 뭣하랴. 주유비, 생필품값, 집값 등 월급만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서민은 여력이 없어 지갑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래저래 상대적 빈곤감만 커질 뿐이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다. 국민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떵떵거린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는 왜 이 모양인지 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