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남원 구룡폭포 순환코스' 전북일보 기자들 탐방기 - 비·땀에 젖고…숲·계곡·폭포 비경에 또 젖고

주천면-육모정-구룡폭포-정자나무 쉼터 4.5㎞ / 가파른 오르막·400여개 계단·흔들다리까지 / 지리산 둘레길 정식 구간은 아니지만'명품 길'

▲ 남원 구룡폭포 순환코스 탐방에 참여한 전북일보 기자 일행이 구룡폭포 앞 흔들다리에서 폭포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 구룡폭포를 향해 숲길을 걷고 있는 일행들.

 

▲ 순환코스 마지막인 정자나무 쉼터에서 건배를 하는 강정원·이강모·최명국·박영민·육경근·홍성오 기자와 박흥근 공보계장(왼쪽부터 시계방향).

전북 남원(46㎞), 전남 구례(77㎞), 경남 함양(23㎞)·산청(60㎞)·하동(68㎞) 등으로 이어지는 총 274㎞의 지리산둘레길. 이 정식 구간에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상당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명품 지리산둘레길'이 있다. 지리산의 장중한 계곡미와 호젓한 숲길을 자랑하는 남원 구룡폭포 순환코스가 바로 그 곳이다. 그 현장을 탐방한 전북일보 들의 수다는 하늘과 땅을 잇는 빗줄기 속에서 절세의 소리와 뒤엉켰다. 비에 젖고 땀에 젖은 구룡폭포 순환코스, 남원 지리산의 비경과 묘미가 그 안에 숨겨져 있다.

 

△ 가뭄 끝 단비…산 속엔'물 폭탄'

 

밤새 비가 내렸다. 다음날 진행할 남원시 주천면 소재지에서 육모정, 구룡폭포, 정자나무 쉼터로 이어지는 4.5㎞ 가량의 '구룡폭포 순환코스' 탐방이 단비 속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이강민, 육경근, 이강모, 강정원, 박영민, 최명국 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농가의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는 말을 계속해 강조하면서 '탐방 물거품'을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였다.

 

탐방 당일 오전 6시.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 그쳤다. 구룡폭포로 가자"는 짧은 외침에 "하늘이 농민의 시름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데…"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우여곡절 끝에 길을 나섰다. 빗줄기가 점차 강해졌다. "그래도 가자." 뜻이 모아졌다. 남원시청 박흥근 공보계장이 휴일을 반납한 채 길 안내를 맡았다. 구룡폭포로 향하는 오르막에서 들의 수다는 멈췄다. 남원 지리산의 비경에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는 그럴싸한 명분이다. '저질 체력' 때문이라는 이유를 아름답게 포장한 들의 '내면 수다'가 이어졌다.

 

△ 최명국 "정자나무 그늘 넉넉"

 

모처럼 생기에 찬 지리산과 마주했다. 산행을 시작하며 나는 속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저 둘레둘레 걷는 호젓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지며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흔들다리로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빗줄기를 뚫고 진행된 2시간 동안의 탐방에서 비에 젖고 땀에 젖었다. 하지만 성취감에 젖기도 했다. 최종 집결지에서 만난 200년 이상의 정자나무의 넉넉한 그늘. 그 터에서 막걸리 한잔이 탐방의 깊은 맛을 우려냈다.

 

△ 이강모 "계곡 물소리 상쾌"

 

새벽 6시다. 들의 걱정은 구룡폭포 탐방이다. 출발하자는 달콤한 속삭임에 어쩔 수 없는 탐방에 나섰다. 검은 구름이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과 나를 휘감는다.

 

구룡폭포를 꼭 가고야 말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운다. 구룡폭포 순환코스 옆으로 흐르는 계곡 소리가 상쾌하다. 내 머릿속도 상쾌해진다. 굵은 장대비까지 쏟아지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은 더욱 시원해지고 있다. 걷고 또 걸었다. 발걸음은 어느새 구룡폭포 제7경인 비폭동에 닿아 있다. 조금만 더. 구룡폭포에 이르렀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폭포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 보였다.

 

△ 강정원 "힘찬 물줄기 가슴 펑"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각각 노닐다가 승천했다는 구룡폭포. 힘차게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펑 뚫리는 기분이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을 연출한다. 시원하다. 이래서 이 곳을 찾는구나. 이 비경을 보기위해 400개 이상의 계단을 오르 내리는 고생을 감수하는가 보다. 그 곳에 지친 도심의 일상을 슬그머니 담가둔다.

 

△ 육경근 "새소리에 콧노래 절로"

 

일행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평지형 인간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산바람이 시원하고 공기는 청량하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새소리도 다정하다. 자연을 벗삼았더니 어느새 콧노래가 나온다. 그것도 잠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모든 상념은 까맣게 지워지고 한걸음 한걸음에 몰두하는 내 자신이 다가온다. 구룡폭포 숲길에서 소중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 꽃이 함께 피었다.

 

△이강민 "명창 소리 들리는 듯"

 

웅장한 계곡을 품고 있는 구룡폭포 순환코스의 물소리가 후련하다. 빗줄기가 강해졌지만 괜찮다. 국악의 명창들이 웅장한 구룡폭포 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 냈다더니…. 폭포 주변은 과연 청아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구나. 계곡 길을 따라 펼쳐지는 지리산의 청정자연이 맛나다. 내면의 울림을 표현하고 싶지 않은데. 사진만 공개하면 안될까.

 

△ 박영민 "자아성찰 기회도"

 

텀벙텀벙 건너고 싶은 길을 만났다. 깊은 산세 만큼, 계곡도 비경이다. 하얀 물거품에 기암절벽, 그리고 호젓한 숲길에서 자아성찰의 기회가 철철 흐른다. 외지인들은 이 곳을 알까. 관조의 발걸음이 묻어나는 계곡 길에 명소라는 의미를 같이 묻어두고 싶다. 그래 같이 떠나자. 구룡폭포 순환코스에 새로운 추억이 쌓이도록.

 

△ 박흥근 공보계장 "남원 둘레길 최고"

 

안내자인 박흥근 공보계장은 구룡폭포를 벗어나자 총 274㎞의 지리산둘레길 중 남원 구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룡폭포 순환코스와 지리산둘레길 1코스가 정자나무 쉼터에서 만난다, 주천∼운봉 구간은 뭐가 좋다 등등. 하지만 지리산둘레길을 잘 모르는 들의 반응은 시큰둥. 박 계장은 배낭에서 지리산둘레길 안내지도를 꺼냈다. 남원시에서 제작한 지도에는 코스 및 대중교통 정보가 상세히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