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시간예술이다. 시간이 소리를 가두어 언제든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녹음 기술. 그가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현장에서 채집된 소리를 넘겨받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소리를 섞고 편집해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2년 전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전주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를 통해 독립영화· 인디밴드 음반·디지털 음원·홍보 영상물 녹음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8년 인디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치기 시작해 한 번도 음악을 떠난 적이 없었다.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던 것도, 앨범이 많이 팔렸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돈이 안 되는 음반은 인디밴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뮤지션들의 힘겹지만 꾸준한 행보로 기록됐다.
"그런데 음반을 낼 때마다 그 깊이와 질감에 있어서 성에 안찼어요. 이럴 바에야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운이 좋았는지 호주의 사운드 엔지니어 교육기관에 연수를 가게 됐어요. 6개월 간 정말 열심히 익혔습니다. 좀 더 좋은 소리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들면서 '듣는다'는 개념이 새롭게 다가왔죠."
지역 문화계에서 인디밴드'레이디스 & 젠틀맨'의 기타리스트, 전주국제영화제의 공연 기획자 등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녹음은 그 소리가 태어나는 현장의 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소리라면 다소 거칠더라도 문제될 게 없고, 멋있는 소리 보다는 정확한 소리 전달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스튜디오라는 인위적인 제약 속에서도 각기 다른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진실한 소리로 내놓는 과정의 쾌감은 꽤 쏠쏠했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나, 학창 시절을 전주에서 보내 '전라도 사람'이 다 된 그는 남들은 '돈이 안 된다'며 쳐다보지 않는 국악에 관심이 많다. 국악의 고장인 전주에서 입이 딱 벌어지게 아름다운 국악 음반을 녹음하는 게 꿈.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소리들을 알리고 싶어요. 국악계에서도 레코딩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거든요. 사실 이 지역 사람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국악인들이 해외에 나가면 기립박수를 받고 그러는데, 우리 음반을 들어보면 그런 맛이 안 나거든요. 국악도 제대로 녹음하면 세계가 놀랄 음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이어 "전주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가 힘든 상황에서도 지역에서 열심히 음악하는 후배들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을 내놓는 독립 영화인들이 소통하는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서 "이곳이 실력 있는 감독·밴드 등이 녹음할 때 도움을 주는 전초기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