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징크스는 무서웠다.
전북현대는 서울만 만나면 이상하리만큼 약세를 보였다. 최근 4경기를 치른 결과 1무3패였다.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전북현대는 어떻게 해서든 FC서울을 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이날 서울을 제압할 경우, K리그 사상 최다연승인 9연승의 대기록을 세울뿐 아니라,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확실한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다.
더욱이 서울에 약한 징크스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서울의 주공격수인 데얀마저 경고 누적으로 빠졌기 때문에 전북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전북의 날카로운 공격이 여러차례 이어졌으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고, 수비 축구로 일관하면서 승리보다는 패배하지 않는 경기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던 서울의 작전이 먹혀든 경기였다.
프로축구 역대 팀 최다 연승 기록인 9연승에 도전했던 전북 현대는 이날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8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전북은 13승4무3패로, 승점 43점을 획득, 2위 서울(12승6무2패)과의 승점 차를 1점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게됐다.
최근 11경기에서 9승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간게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서울은 골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채 역습을 노리는 작전으로 나왔다.
전북현대 드로겟이 연습중 다리 근육 부상으로 뜻밖의 결장을 했다.
하지만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빠진 서울에 비해 전북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서울 골키퍼 김용대의 그림같은 수비가 없었더라면 전북이 이날 수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후반 24분 에닝요가 화려한 발놀림으로 수비를 완전히 제치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전반에도 에닝요는 소위 에닝요 존에서 멋진 프리킥을 구사했으나 김용대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34분에는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공이 골키퍼를 넘어가면서 김정우가 헤딩으로 골을 노렸지만 어느새 김용대는 골문 정면을 지키고 있었다.
후반 42분 에닝요의 슛도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 이날 전주월드컵 경기장에는 1만5000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했다. 홈팬들은 9연승 도전에 실패한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느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표정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