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가뭄으로 농작물의 피해와 식수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장마철에 접어든 요즈음은 집중호우나 홍수로 인한 비 피해 걱정이 앞선다.
정작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물 부족국가이다. 강우량에 비해 물의 소비와 낭비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물의 자원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산업화시대 에너지원으로 석유가 중요한 자원이었던 것처럼 물은 우리 생명의 원천으로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물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소중한 자원이 되면서 물과 관련된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에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도시화·산업화의 확산으로 물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물 시장은 연평균 6.5%의 증가를 보이며 21세기를 주도할 블루골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세계적인 물 기업은 물 관리서비스의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타 연관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면서 세계 물 시장의 지배를 확산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물 산업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에 원수 및 정수를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반 국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지방상수도는 행정구역별로 분할되어 있어 전문성과 기술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상수도 재정상태가 열악하여 노후시설에 대한 적기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원가에 크게 미달되는 낮은 요금수준으로는 장기적인 시설 투자나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감당할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물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한편 물의 무임승차(free-rider) 문제가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부분 적자와 부채가 늘어나고, 물 기업의 재정적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물 산업의 육성은 커녕 안정적인 물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상수도 요금을 올리는 것은 주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무한정 메꾸어 나갈 수는 없다.
세계적 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물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원가에 못 미치는 현재의 요금체계는 과감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물 값이 억제되고 물 산업의 육성이 분배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면 과거 FTA로 인한 농산물 개방으로 쌀 주권이 무너진 것처럼 물 주권 상실의 시대에 당면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물의 소중함과 더불어 물 산업의 중요성은 그것이 가지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주권과도 같은 자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날로 부족해지는 물과 악화되어가는 수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물 산업의 육성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런 물 산업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정적 기반이 튼튼해야 하며 그 출발은 수돗물 값의 현실화일 것이다.
물 값의 현실화가 지금 당장은 개인의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물 산업 육성의 밑거름이 되고 더 나아가 물시장이 개방되었을 때 우리의 물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