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역 일간지를 읽다가 개탄할만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정부가 지난 5월 하순경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조만간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서의 4년제 대학과 교육대학, 산업대의 이전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행되면 지방대의 고사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툭하면 기업의 수도권 내 투자를 허용하는 규제완화에 골몰하는 정부가 이번에는 대학 설립 및 이전을 허용하는 개정안까지 추진하는 것을 보며, 대체 어디까지 수도권을 살찌울 생각인지 이해가기 힘들었다.
지방자치제 부활로 지방의회가 구성된 때는 1991년이다. 그리고 1995년 자치단체장이 선출됐고, 지금까지 6번(단체장은 5번)의 지방선거가 진행됐다.
올해로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1년째고 역대 정권마다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지방의 활력 저하 뿐이다.
지난 2000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체의 47.7%였지만, 10년이 흐른 뒤에는 48.9%로 1.2%p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전북을 비롯한 호남권의 지역내총생산은 10.8%에서 9.6로, 부산·경남권은 17.4%에서 16.2%로, 대구·경북권은 10.3%에서 9.5%로 하락했다.
5+2 광역경제권 구축, 지방행정체제 개편, 분권 확대, 지방재원 확충, 자치경찰제 도입 등 5대 지역공약을 내걸었던 현 정부 하에서도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은 남의 나라 얘기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 연구기관에서조차도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양극화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이러한 망국적인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 해소를 위해 많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지역간 연계협력을 통해 수도권에 맞서는 거대 경제권 구축, 자치단체간 구속력 있는 행정협의체 등 실질적인 협치기구 설치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안은 수도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그리고 지방과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즉 수도권이 계획적 관리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비수도권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업 추진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시와 '농업·농촌의 수도'인 완주군이 7월 16일 상생발전을 위한 우호교류협약을 체결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시와 완주군이 도시민에게 건강을 주고 농촌에는 활력을 주기 위해 자치단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완주군은 이번 협약 체결로 앞으로 크게 6개의 교류사업을 펼치게 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옛 경천보건지소를 활용한 서울시민 쉼터 운영 △건강밥상 꾸러미 유통사업 추진 △도시민 귀농·귀촌 교육공동사업 △농축산물 직거래 판매 추진 △청소년 팜스테이(수학여행) 사업 △초등학교 문화체험 교류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추진되면 청정 자연환경에서 농민의 이름을 걸고 재배한 '제철 밥상'이 서울시민의 식탁에 오르게 되며, 도시생활에 지친 서울시민이 50% 할인된 가격으로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수도권 중심의 발전방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물론, 서울과 지역이 상생을 위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란 목표를 향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추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자치단체간 협력, 특히 수도권과 지방간의 상생발전을 위한 공조가 중요하다.
서울시와 완주군의 우호협력은 당장 두 지역의 공동 이익을 위해 서로의 자원을 최대한 공유하자는 굳은 약속이지만, 나아가 심화된 차별을 없애고 공동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