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의 불똥이 지역으로 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전국 순위 26위의 종합건설업체 벽산건설이 최근 수주 부진과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건설현장과 하도급 업체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행이 풍림산업, 우림건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서 하도급시장도 그때마다 요동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벽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고군산도 연결도로(3공구) 건설공사'와 '고창 아산~무장간 국지도 포장공사' 등 토공 및 구조물 공사, 항만공사에는 지역 건설업체 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하도급 규모는 두 곳을 합쳐 190억여원에 달한다. 이번 법정관리 사태가 터지면서 현장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심각한 자금 유동성 압박과 손실을 겪어야 하는 영세한 지역 업체들은 진땀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군산도 공사에 참여한 2개 지역 업체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입을 피해 정도가 업계의 예상을 넘는 수위로 알려져 조기 사태 파악과 피해 최소화가 요구된다. 발주자인 익산국토관리청이 적극 나서야 할 이유다. 이번 법정관리 개시 결정으로 미지급된 대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회생채권 결정시기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마냥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사는 연차공사로 매년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공정률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선제적인 대책 없이 원청업체에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 공사는 민간공사가 아니고 공공공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원청업체의 협력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그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런저런 해결사 노릇까지 해야 하청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하도급 구조도 개탄스럽다.
그러니 이번 사태도 고비이지만 앞으론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또 건설업계의 위기는 지역경제의 악재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발주하는 건설공사만이라도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원청업체가 하도급대금을 주지 못할 경우, 하도급업체의 요청에 따라 발주자가 직접 하도급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도급업체를 보호하는 기능과 함께 건설근로자 노임체불을 방지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