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주민들 문화사랑방 '문화의 집' - 공연장 못지않은 감성 충전 문화 에너지 맘껏 뿜어낸다

군민 10%가 회원…진안문화의집 농촌지역 모델 / 노인 구술사업·청소년 향토알기 공모사업 진행도

   
▲ 진안문화의집에서 기타를 배우고 있는 주민들.
 

대규모 문화시설들 속에서 '문화의집'은 변방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형 공연장이나 대형 박물관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문화의집이 적지 않다. 문화의집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적 에너지를 품어내고, 문화적 에너지 충전의 발전기지로 삼으면서다. 단일 장르의 문화시설과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화예술의 대중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을 지키며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는 문화의집을 주목하는 이유다.

 

문화의집이 등장한 것은 1996년부터. 소외된 지역민들의 문화향유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시작돼 지금은 도심으로까지 확대됐다. 전북도가 내용과 형태를 감안해 분류한 도내 문화의집은 총 17곳. 대부분 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민간에서 위탁 운영하는 곳은 6개소 뿐(전주 5개소)이다. 진안문화의집은 군단위에서 유일하게 민간(진안문화원)이 운영하는 점에서 문화의집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기준이 될 것 같다.

 

△대형 스크린 영화관람까지

 

'농촌에서 몇 명이나 문화예술을 향유한다고 문화의집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려고 한다야?'

 

이런 의문을 떨치게 만드는 곳이 진안 문화의집이다. 전북지역 군 단위중 장수·무주군 다음으로 인구가 적고, 용담댐 건설로 인한 군세의 위축에다, 변변한 산업시설도 없는 곳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이 얼마만큼 인지를 문화의집이 가늠케 한다.

 

"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개설한 후 수강생이 없어 폐강한 적이 없었습니다."

 

2007년부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춘희씨는 강좌를 개설하기 전 수요조사를 선행한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욕구가 커 강좌마다 적정 규모의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 수 3000명에 연간 이용객 3만명. 진안 인구의 10% 이상이 문화의 집 회원인 셈이다.

 

문화의집이 자리잡은 곳은 과거 사회단체 사무실로 쓰던 자리로, 인근에 도서관과 평생교육센터 등의 지역 문화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시설 입구에 들어서면 문화의집 프로그램과 함께 진안 관내 각종 문화행사 소식을 담은 팸플릿들이 전시돼 지역 문화의 중심임을 보여준다. 사무실 공간에는 자료검색에서 게임까지 자유롭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부스, 비디오·CD부스, 각종 행사와 모임을 할 수 있는 문화관람실, 소규모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창작실·문화사랑방,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A/V감상실 등으로 구성됐다.

 

 

   
 

△"안 되는 것 없어요"문턱 낮추기

 

진안문화의집이 주민들의 문화사랑방이 되기까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게 문턱이 낮은 점. "어디 기관에 오는 것처럼 처음에는 주민들이 꺼려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와도 괜찮고, 아이들이 헤집고 다녀도 개의치 않도록 배려했어요. 즐기는 곳이고, 모든 게 가능한 곳으로 주민들이 여기게 되면서 문턱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김 처장이 말하는 이같은 주민 속으로 다가서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시설에 보관하는 책 이용만 해도 그렇다. 소장된 책을 구기거나 찢더라도 나무라지 않는다. 대여한 책이 분실됐다면 다른 책을 가져와 친구들과 돌려볼 수 있게 유도한다. 별도의 도서관리 목록이 없다. 도서관이라면 직무유기로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책을 소모품으로 본다. 아이들이 책과 더 친해줄 수 있게 해주는 데 더 의미를 부여한단다.

 

문화의집에 개설된 프로그램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운영방식 면에서 좀 독특하다. 노래교실·민요교실·요가·마이숲사랑·향토해설사·댄스스포츠·서예·사군자수묵화·기타·난타·팝팝잉글리쉬·성인문해반·압화공예·난타 등이 진안문화의집에서 운영하는 주요 프로그램. 현재 운영중인 10여개 프로그램 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관에서 운영하는 문화의집이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여기서는 저녁 9시까지 운영된다. 그래서 저녁시간 직장인들의 참여가 많다.

 

이들 프로그램 강사는 대부분 주민이다. 이곳에서는'강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관내 다른 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강사들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현재 80~100여명 정도 강사로 등록돼 있다.

 

△운영자 처우 과제로

 

단순히 교육기능과 문화사랑방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또하나 진안문화의집 특징이다. 정부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향기풀풀 우리동네'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예.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4년째 운영중이다. 또 75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지역의 문화와 삶에 대해 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귀농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예비사회적기업 '공정여행 풍덩'도 문화의집이 운영하는 마을유래·민속문화 등 향토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지난 2002년 개설돼 10년의 노하우를 쌓으며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진안 문화의집도 여전히 과제가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살찌우면서도 막상 운영자에 대한 처우가 미흡한 점이다. 이는 진안 문화의집뿐 아니라 문화예술 매개자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다. 진안 문화의집의 경우도 4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100만원 안팎의 보수 때문에 이직이 잦다.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안 된 상황에서 자치단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