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출판문화 중심지 위상 과시

전주문화재단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 발간 / 동의보감·주자서절요 등 사진에 해설

   
▲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에 실려있는 '주자서절요'(오른쪽)와 편저자인 이태영 전북대 교수.
 
   
 

전주는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꽃을 피운 곳이다. 전주의 왕성했던 출판문화를 자산으로 삼아 완판문화관까지 만들어졌다. 완판본은 서울에서 발간돼 경판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전주에서 발간된 옛 책을 말한다.

 

완판본 책은 전국 최고의 품질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한지를 바탕으로 전라감영에서만 '동의보감'을 비롯, 60여종의 책이 출간됐다. 여기에 사간본 책들이 250여 종류, 판매용 서적인 방각본의 고전소설 등까지 합하면 수백 종류의 책에 이른다.

 

전라감영에서 책을 출판할 때 사용한 책판은 전주향교 소유였으며, 현재 전북대 박물관에 기탁돼 5059판이 보관됐다. 전북대 이태영 교수는 전국적으로 감영의 책판이 보존된 사례는 매우 드물며, 감영 책판들이 중앙 정부의 요청에 의해 책을 발행할 때 쓰던 것이기 때문에 18·19세기의 정치와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전주의 인쇄문화 발달로 책판을 다루는 목수,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각수, 한지를 다루는 지장, 인쇄를 위한 여러 시설이 함께 발달했으며, 전북지역의 한지 생산을 촉진하며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한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이 이같이 발달한 전주의 정신적·지적 문화유산인 수백 가지의 완판본 중 주요 책을 선별해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으로 내놓았다(신아출판사). 도판과 함께 알기 쉽게 해설을 곁들인 백선에는 성리학을 공부하던 선비들이 보던 '주자서절요', 전라감영에서 만든 '동의보감' 책판, 판소리가 소설이 된 '열여춘향수절가''심청전''퇴별가', 붓글씨로 직접 쓴 '소대성전''심청전', 유교적 교양을 위해 읽은 '논어''대학', 아이들이 보던 '명심보감''천자문', 명필 창암 이삼만의 서첩 등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전주에서 찍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전라감영 문헌, 전라감영의 책판, 목판본 한글고전소설, 필사본 한글고전소설, 목판본 한문고전소설, 사서삼경, 방각본 교육·역사·실용서, 희현당본 등으로 분류했다.

 

편저자인 이태영 전북대학교 교수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 호남의 수도 전주가 지식 정보화와 지식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요인을 △전국 최고 품질과 최고 수량의 한지 생산 △판소리의 예술적 기반 △농경문화의 중심지로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점 △삼남의 수도로서 전라감영의 영향 △각수, 출판인, 인쇄시설의 발달 △시장의 발달로 활발한 유통 △시민들의 지적 욕구, 신분 상승 욕구, 지식 전수 욕구가 매우 강한 점을 꼽았다.

 

전주문화재단은 앞으로 완판본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문화체험 행사를 개최해 전주의 출판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재단은 또 전자책을 만들어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