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를 늘렸어도 예산 집행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바우처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연극 음악 미술 책 등 문화프로그램을 즐길 비용으로 1년에 5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문화카드로 공연·전시장과 영화관, 서점 등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언뜻 보면 명분은 그럴듯한데 현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돈 몇 푼 쥐여주는 게 효과를 낼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올해 지원된 문화바우처 국비는 25억500만원으로 지난해 지원액에 비춰 45% 늘어났다. 그런데 정작 문화카드를 이용하는 예산 집행률이 낮게 나타났다.
문화카드 발급실적을 보면 지난 18일 현재까지 전체 대상자의 59.2%인 2만9668매, 카드 이용액은 6억5900만원으로 예산의 26.3%에 그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도시지역 이용실적이 높고 농어촌지역은 저조한 '도고촌저(都高村低)' 현상을 뚜렷하게 보였다.
혹자는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문화는 배부른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수록 한 소절의 노래가, 한 점의 그림이,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공연이 주는 위안과 감동은 작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나 농어촌지역에서는 공연·전시공간 등 문화시설이 부족해 문화예술 경험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운영 면에서도 남원지역의 유일한 영화관이 자리가 텅텅 비면서 좌석제를 폐지하는 등 지역의 문화공간이 존립마저 위태로울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 문화바우처의 결과는 명분과 영 딴판인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백시설을 메워주지 못하면 결국 재정만 낭비하고 정책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이른바 '사중(dead weight) 손실'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와 전북은행이 손잡고 영화관이 없는 시군지역에 전용영화관이 들어서게 한 것은 권장할 만하다. 문화가 소외된 계층과 지역을 찾아가 상상력과 꿈을 선사해야 지역격차도 줄어들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그런데 문화바우처는 단순히 관람을 지원하는 소비적 형태를 띠고 있다. 과연 이를 통해 저소득층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설확충은 물론 주민들이 객석을 떠나 무대 위에 선 자신들을 통해 문화 참여의 중요성도 인식하는 계기도 필요하다. 나랏돈을 쓰려면 제대로 효과가 나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