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다.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사람의 가치보다는 효율성, 일사불란함,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굳어져 왔다. '인권' 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출범 된 조직이 '인권위원회'다. 그런데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도 관심도 없는 인사가 인권위원장을 맡고 나서 인권위는 제 모습을 잃어갔다. 그런 상황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자원했고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문외한일 뿐 아니라 학자, 교수로서도 실망스러운 사람이었다. 자기 논문을 이리 저리 돌려서 표절한 것은 기본이고 대학원생 제자 논문까지 베꼈다. 인사청문회 장에서 그런 사실들을 밝히고 현 위원장에게 질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남 이야기를 듣는 듯한 태도였다. 사람을 앞에 놓고 추궁해야만 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러나 무너진 시급히 구제가 필요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인 시민들과 활동가들을 생각하며 질의를 마쳤다. 나의 인권위 질의는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마음은 무겁다. 대통령은 어떻게든 현 위원장의 유임시키려 할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부디 대통령이 이번만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한 숨 돌릴 때 쯤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밀양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시골 어르신들이 국회에 와서 마이크를 잡고 증언을 하셨다. 그건 증언이라기 보다는 절규였다. 생계 수단인 밤나무가 잘리워지는 걸 막기 위해 매일 아침 산을 오른다는 할머니는 배낭에 물병을 챙긴다. 물병 안에는 물이 아니라 휘발유가 들어있다.
"보상도 뭣도 다 필요없어, 내 사는 마을이 망가지면 나도 죽고 우리 영감도 죽어!"
여차하면 용역들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죽어버리겠다는 할머니.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평범하고 힘 없는 시민들의 삶을 저렇게 짓밟아도 되는 걸까. 할머니들의 비명 같은 증언을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 다짐하고 보내드리는 마음이 아려왔다.
지난 주에는 안산 SJM공장으로 달려갔다.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노조원들을 무참하게 폭행한, 바로 그 장소로. 공장 앞에는 여전히, 검은 옷을 입은 컨택터스의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젊은 청년들은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때리는 용역도 맞는 노동자도 다 같은 시민이며 서민의 자식일텐데. 공장 안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증언하고 있었다. 비무장 노조원들은 용역이 던진 쇳덩어리과 발길질에 무참히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안산 단원경찰서에서도 출동을 했지만 사태를 알고서도 수수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나라에 인권이, 공권력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문제를 철저리 밝혀내기 위해 민주통합당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 주시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여러가지 사건들 속에서 2012년 7월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의 4년도 이런 식으로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많은 사람과 말의 향연들 속에 나를 잃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