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주비빔밥 유감'을 경험했다. 외지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동행한 젊은이들이 유난히 '전주비빔밥'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고민하다 이름 꽤나 알려진 식당을 찾아 갔다. 점심을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단체손님들이 많아 '유명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문제는 맛이었다. 새벽같이 서울에서 출발했으니 '시장이 반찬'이기도 했을 시간이었지만 별로 많지 않은 양의 비빔밥을 약속이나 한 듯이 남겼다. 전주에서 전주비빔밥을 먹기는 처음이라는 20대 젊은이들조차 그릇을 비우지 못했다. 인사말로라도 내놓았을법한 '전주비빔밥 예찬'은 물론 없었다.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꼽히는 '전주비빔밥'이 위기다. 맛 없어지고 값이 비싸서만은 아니다. '전주비빔밥'의 '전통적 가치'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사실 '밥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전국 어디서나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런데도 '전주비빔밥'이 유독 이름 내세워진 것은 지역 특산물이 재료로 사용되면서 고유한 맛과 특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에 밥 짓기 방식부터 다른 '전주비빔밥'은 '전주'란 이름을 얹어 한국음식과 맛의 상징이 되었다. 인터넷 지식백과에 나온 '전주비빔밥'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야말로 '황홀한 맛'의 풍경이 따로 없다. '전주비빔밥'의 본 모습이 그러할진대 음식창의도시가 된 전주의 지금 비빔밥은 왜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아지는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