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떠나는 전주 한옥마을 여행

곳곳 은은한 조명…고즈넉한 분위기 연출

   
▲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전동성당의 위엄은 밤에 더 커보인다. 성당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노오란 빛,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빛은 아름다움을 넘어 사뭇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말복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한여름 무더위. 한밤에도 27도를 넘나드는 열대야 현상이 많은 사람들을 잠 못들게 한다. 요즘 같이 더우면 대체 언제쯤 찬바람이 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뒤척이며 애써 잠들려 하기 보다는 천천히 사색과 여유를 즐기며 한밤의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전주 한옥마을로 향한다. 전주에 산다는 특권(?)으로 쉽게, 또 자주 찾게 되는 전주 한옥마을. 더운 밤, 한가로이 한옥마을을 거닐면 기분도 좋아지고 평소 한옥마을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의외의 풍경(?)도 만나볼 수 있어 '나만의 산책코스'로 애용하는 편이다.

 

△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전주 한옥마을로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하나둘 가로등엔 불이 켜지고 곳곳에선 불을 켜며 밤이 왔음을 알린다. 밤풍경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곳 전주한옥마을도 마찬가지. 부서지는 가로등 불빛과 은은하게 흩날리는 조명 불빛은 한 켠의 추억을 연상케 하거나 잊어지는 기억을 되돌리게 만든다.

 

어둠이 내리는 전주 한옥마을은 꽤 낭만적이다. 한낮에 무척이나 붐비던 거리는 금새 한적해지고, 어둠과 함께 불을 밝힌 가로등은 한옥마을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런 모습은 전주 시민이라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야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아니라면, 밤중에 한옥마을에 올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밤중의 한옥마을은 무척이나 고요한 기분이 들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야경이다. 수많은 건물 사이로 불을 밝힌 한옥을 감상하는 일이나 불빛 사이로 흐르는 조금은 외로워보이는 분위기는 한 여름밤에도 가을을 먼저 볼 수 있다.

 

△ 한옥마을을 밝히는 오래된 전동성당

 

먼저 소개하고픈 풍경은 전동성당이다. 전동성당은 참 아이러니한 건물이다. 전주 이씨, 조선왕조와 관련이 깊은 곳이 이곳 한옥마을임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 입구에 서서 오래된 천주교의 역사를 밝히고 있다. 이 건물이 세워질 당시만 해도 이곳은 성 밖이었다. 당시 박해 받던 천주교인들이 이곳에 성당을 세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전주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곳은 영화'약속'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낮 보다는 밤 풍광을 추천하고 싶다. 수백년 역사를 간직한 이곳 성당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노오란 빛,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빛은 아름다움을 넘어 사뭇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장식적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지만 초라해 보이지 않는 전동성당의 위엄은 밤에 더 커보이기만 한다.

 

전동성당은 그 성격만큼이나 경건한 건물이나 낮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된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적합하지 않다. 전동성당의 아름다움이 궁금하다면 사진을 참고하시길.

 

△ 한옥마을의 풍광 한눈에 보는 오목대

 

전동성당의 웅장함을 가슴에 안고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오목대다. 전투에서 승리한 이성계가 돌아오면서 들러 연회를 열었다는 이곳 오목대는 그 유래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오목대의 가장 큰 장점은 한눈에 한옥마을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오목대에 올라 탁 트인 경치를 내려다보면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아름답다. 특히 밤중에 바라보는 전주 한옥마을의 풍광은 어스름진 한옥 사이로 반짝이는 불빛이 새어나와 무척이나 아름답다.

 

오목대를 즐기기 위해서는 주의 사항이 있다. 절대 신발을 신고 올라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목대에 올라 내려다본 한옥마을의 전경은 낮과 밤이 다르다. 실제 낮과 밤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오목대의 모습을 작은 렌즈에 다 담을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 밤에 보면 더 아름다운 한옥마을

 

밤에만 볼 수 있는 한옥마을의 매력은 많다. 한옥마을 곳곳에 설치된 조명시설이 그렇고,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오래된 골목, 경기전 옆으로 이어진 분위기 있는 돌담이 그렇다.

 

'낯설게 보기'라는 말이 있다. 익숙한 어떤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면 색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옥마을도 그렇다.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한 곳이지만 낮에 보던 것을 밤에 보기만 해도 신선하다.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은 100번을 즐겨도 새롭다. 항상 익숙한 것을 넘어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그곳, 열대야로 고생하는 이 밤에 잠시 걸어보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박예슬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박예슬 씨는 법무부 정책단, 경향하우징페어 블로그 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으로 활동했다. 현재 전북대 재학 중이며 2012 전라북도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