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려는 것, 자체가 집착 그냥 있으니 행복해져요"

금산사 템플스테이 참가한 유인자 씨 가족

   
▲ 김제 금산사 템플스테이 체험 수기를 작성하고 있는 참가자들.
 

유인자(70. 이하 엄마)씨 가족은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2박 3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딸들은 김제 원평에서 홀로 사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위해 어머니께 금산사 템플스테이로 여름휴가를 권유했다고 한다. 또 미국 펜실베니아로 이민 간 고모님도 귀국한 기념으로 산사체험을 함께 했다.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이들에게 어떤 시간과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더불어 '빨리빨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과 자기치유를 잃어버린 도시인들의 정서에 템플스테이의 느림의 시간은 어떤 것일까? 유씨 가족 인터뷰를 통해 잠시 들여다본다.

 

-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유는?

 

△ 이미숙(47. 이하 큰딸) : 템플스테이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있었어요. 엄마도 쉬고 나도 쉴 겸! 마침 이민 간 고모가 30여년 만에 오셔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겠다 싶었죠.

 

△ 이은주(36. 이하 막내딸) : 스님처럼 생활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삶을 사는 것도 좋잖아요. 엄마가 불자는 아니지만 평소 자식들 잘 되라고 기도를 늘 하세요. 절에 와서 절하는 법이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잖아요.

 

△ 유인자(70. 이하 엄마) : 딸이 오자고 했을 때 기뻤어요. 물론 지금 농사 한철이라 고추도 따야하고 해서 고민했는데, 막상 오고 보니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아요.

 

- 고모님은 외국생활을 오래하셨는데, 산사체험은 처음이신가요?

 

△ 이옥자(60. 이하 고모) :미국 펜실베니아로 이민 간 나이가 27살이었어요. 지금은 하와이에 잠시 머물고 있는데 한국의 절은 처음 왔어요. 하와이에서 일본 절을 가본 적이 있어요.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예전에 우리엄마가 불교를 믿으셨던 아련한 기억이 나요. 엄마가 믿으신 종교라 편하게 느껴져요.

 

- 사찰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 엄마 :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어서 정말 많이 먹었어요~.

 

△ 막내딸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밥을 먹으니 밥맛이 너무 좋아요. 군것질도 없으니 더 잘 먹구요.

 

- 템플스테이에서 체험한 참선, 108배, 스님과의 대화 등의 프로그램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 큰딸 : 마음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여기에 오기 전에 나를 아프게 한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참선하고 108배를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제 스스로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 막내딸 : 비우려고 왔는데 비우는 것 자체도 집착이라고 내비 두라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됐어요. 그냥 흘러가는 데로 자연에 맡기고, 시간에 맡기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씩 알아 가는 것 같아 좋아요.

 

- 이 곳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실 텐데요. 본인의 삶에 변화가 있을까요?

 

△ 큰딸 : 제가 좀 성격이 급한 편인데, 이제 멈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호흡한번 가다듬고 일을 하거나 애들한테도 자꾸 이거 해라 하지 않고 귀 기울일 거예요.

 

-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인거 아시죠? 템플스테이 또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치유하는 대표적인 힐링 프로그램인데, 주변의 분들에게 추천할 생각이 있나요?

 

△ 고모 : 저는 외국에 살잖아요! 외국 사람들은 이런 거 잘 몰라요. 아마 외국에 소개하면 많이 찾아 올 거라고 확신해요. 많이 더욱 추천하고 싶어요.

 

△ 막내딸 : '불교를 가진 사람들만 가는 것 아니냐'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꽃다지 조성일 가수 등이 오셔서 콘서트 형식으로 '내비둬 콘서트'를 하니까 종교적인 느낌은 거의 못 느껴요. 또 감성을 깨우는 것 같아서 좋았구요.

 

△ 엄마 : 묵주를 꿰면서 정성을 들였어요. 자식하고 함께 머무니 좋았지만, 같이 기도하니까 더 좋았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 김제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유인자씨 가족이 다정한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큰딸 이미숙, 고모 이옥자, 엄마 유인자, 막내딸 이은주 씨.

전국의 사찰들은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에게 등산로 코스로 잠시 지나가는 절간이자, 단체 관광버스가 오가며 관광객들에게 불당과 법당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절간이요, 불교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보다 물 한잔 마시거나, 기념사진 한 장 덜렁 찍어갈 뿐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사찰은 여느 다른 휴양지나 관광지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템플스테이는 분명 다르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산사의 여유와 느림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회복하는 치유의 힘을 발견하게 한다. 더불어 참선의 수행은 가족, 직장, 친구 등 내 인생의 수많은 관계와 인연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봄으로써 마치 나의 위치를 알게 하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나를 그냥 '내비둠'으로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찰나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