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랑방 가구 - 검소·간결…'선비의 품격' 담겨

번잡한 장식·과다한 배열 피하고 자연스러움 살려

   
 
 

조선시대에는 국가통치이념인 성리학의 영향으로 남녀의 역할과 지위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었다. 한 집안 내에서도 생활공간이 분리 돼 여성공간인 안방과는 별도로 남성이 거처하는 사랑방(舍廊房)이 마련되었는데 특히 선비들에게 있어 사랑방은 주거 공간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선비들은 유학의 이념과 도덕을 바탕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사회를 교화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생각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했다. 더불어 그들이 필수 교양으로 생각한 것은 시서화를 중심으로 한 예술 활동이었다. 시를 읊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주고받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이상적인 인간상을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조선시대 사랑방은 학문을 연마하는 문방이자 예술 활동의 공간, 뜻이 맞는 벗들과 교유 장소이기도 하였다.

 

사랑방은 학문과 예술의 장소인 동시에 주인의 안목과 격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선비들은 사회지배층이지만 부귀를 나타내는 화려함을 속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랑방 역시 우아하면서도 깔끔한 멋이 배어날 수 있도록 꾸몄다.

 

검소함을 생활 이념으로 하는 선비의 곧고 맑은 정신은 방에 갖추어 두는 가구에도 나타나 번잡한 장식이나 과다한 배열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 내부가 좁고 천장이 낮은 한옥의 구조와 어울리도록 작고 단순한 가구가 선택되었다. 사랑방 가구는 대부분 간결하고 검소하면서도 격조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방 가구에 사용된 재료로는 광택이 없으며 시각적으로 부드럽고 소박한 느낌의 오동나무, 소나무가 주로 사용되었고 느티나무와 먹감나무의 무늬를 이용한 장식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살렸다.

 

사랑방에서 사용한 가구의 종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안(書案)이다. 작은 책상의 일종인 서안은 천판(天板·가구에서 가장 위에 놓이는 판)과 다리로 구성된 단순한 것이 선호되었다. 특히 글을 읽을 때 정신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하여 장식을 최대한 절제하였으며 심지어 재료조차 무늬결이 거의 없는 나무를 선택했다.

 

서안의 옆에는 벼루를 보관하고 종이, 붓, 먹 등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하는 연상(硯床)이 놓여졌는데 이 또한 자신의 주변을 항상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선비들의 생각이 반영된 가구라고 할 수 있다.

 

사랑방의 좌우 벽면에는 문갑, 사방탁자 등을 놓았다.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거나 책과 문방용품을 진열하는 문갑과 사방탁자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단순하게 고안되었다. 특히 사방이 트이고 기둥과 널판으로만 구성된 사방탁자는 조선시대 목가구 중에서도 가장 현대적 감각에 가까운 목가구로 평가받는다.

 

단순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절제의 미덕,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랑방 가구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철학과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끊임없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고전(古典)이 되고 있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