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전통시장의 매력…희망과 정 넘치는 곳에서 활력 충전

▲ 전주 남부시장 새벽 풍경.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활기가 차 있다.

최근에 내린 비로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괴롭히곤 하는데, 이렇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집밖으로 나가기가 너무나 싫어진다. 장을 봐야 할 때도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마트를 찾게 된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오히려 낮시간이 긴 여름에 즐기기 좋다. 해가 일찍 뜨는 덕분에 더욱 일찍 활기차게 되는 새벽의 전통시장 풍광이다. 전북도 블로그 단이 운영하는 블로그 '전북의 재발견(blog.jb.go.kr)이 '아는 사람만 아는' 새벽 재래시장의 매력을 소개한다.

 

■ 해 뜨기 전부터 분주한 시장 상인들

 

새벽 5시. 이미 시장엔 날이 밝았다. 새벽 시장의 매력을 체험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채비를 하고 나선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이른 새벽이지만 전통시장의 새벽은 한낮에 가까울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전통시장을 둘러보면서 나는 세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꼭 새벽시장이어야만 하는 이유 세 가지 매력을 살펴보자.

 

새벽시장을 표현하는 가장 핵심 단어는 바로 '분주함'이다. 시장에 도착하니 상인들이 가게문을 열며 천막을 치기에 바빴다. 5분만에 뚝딱 천막을 정리하는 노련한 솜씨가 과연 하루 이틀 솜씨는 아닌 듯 하다.

 

천막이 완성될 쯤, 상인들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쉴 틈도 없이 상인들은 가판을 정리한다. 오늘 가져온 싱그러운 채소와 과일들, 각종 나물 등을 보기좋게 정리한다. 천막 걷기부터 가격표 매기기까지 시장의 아침엔 상인들의 분주함이 가득하다.

 

비가 와서 오늘 30분 더 일찍 출발했다는 한 상인은 언제가 가장 즐거우냐는 질문에 "우리집 물건 많이 가져갈 때가 제일 행복하고 웃음나지. 근데 요즘은 그것보다도 그냥 시장에 사람이 많이 북적북적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고 좋아." 라고 답한다. 사람만 많아도 그저 좋다는 그들의 소박한 바람을 들으니 절로 미소가 난다.

 

6시 30분이 되자 아침시장에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저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좋은 물건을 찾느라 분주하다. 상인과 손님이 만나면 꼭 나오는 소리, "좀 깎아주세요."다. 시장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는 시장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다. 그저 상인과 손님이 정을 나누며 하는 '추임새'다. 나의 경우만 해도 아무리 싼 물건을 사도 시장에 오면 꼭 에누리를 외치게 된다.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情)이다.

 

정해진 가격표만 집어 상인들 얼굴 한 번 볼 일 없이 구매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우리 시장엔 사람사는 재미가 있다. 조금만 더 달라고 말하면 '아이고, 많이도 줬다'고 하시면서도 봉지에 콩나물 한 주먹 덤으로 주는 모습, 조금만 깎아달라면 나도 밑지는 장사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깎아줄랑께, 또 와!'라고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시장의 따스함을 느끼게 되는 풍경이다.

 

오전 7시. 취재가 끝난 뒤 시장을 떠나기 전 몇 분의 시장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상인들에게 "오늘 많이 파셨어요?" 라고 묻자, '그럭저럭 하지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많이 파세요!" 라고 답하자 금새 웃으며 "고마워요"라고 말씀하시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인들만이 가진 순박한 웃음이다.

 

■ 좋은 물건 좀 더 싸게 살 수 있어

 

새벽시장은 대부분의 상인들이 장사를 '개시'하는 시점이기에 물건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조금만 부지런히 새벽시장에 나서면 상인들과 미소를 나누며 싱싱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좋은 물건이 먼저 팔리는 것 또한 시장의 법칙!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부터 그들과 나누는 미소, 그리고 기분좋은 덤까지 생각하면 전통시장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새벽에 오면 더욱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오늘 체험을 위해 2시간 먼저 일어났다. 졸리긴 하지만 조금 덜 잔것보다 시장에 와서 얻은 것이 훨씬 크다. 긍정과 희망으로 가득찬 사람들,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생동감을 배웠기 때문이다. 혹시 요즘 우울하거나 나태해지고 있진 않은지? 그렇다면 새벽시장에 가보길 권하고 싶다. 진짜 '사람 사는 느낌'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 이에녹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이에녹씨는 영삼성캠퍼스리포터와 광주 유니버시아드 홍보대사, 금연서포터즈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대 무역학과에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