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어머니의 손맛, 몸 속 가득 퍼지다

화덕·황토·삼굿구이 등 자연의 신선한 맛 그대로 / 완주 야생음식 복원 열풍

▲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에서 관람객들이 화덕구이 체험을 하고 있다.

장 생활을 하면서 건강 상태가 조금 나빠졌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기 때문에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균형 잡히지 못한 식생활 때문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매일 먹게 되는 점심·저녁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사먹게 되고, 먹게 되는 음식은 고기류나 덮밥 등과 같은 기름진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약속이 있어 외부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더라도 고칼로리 음식들이 많고, 바빠서 간단하게 때우게 되는 끼니들도 대개는 인스턴트나 가공음식이다.

 

매일 먹을 수 밖에 없는 이런 음식들이 질리는 날이면 가끔 어릴적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뛰놀며 아이들과 함께 먹었던 와일프 푸드. 논밭을 뛰놀며 먹었던 진달래 꿀은 어찌 그리 달콤했으며 메뚜기 구이 맛은 얼마나 고소했던지. 학교에 다녀오면 어머니께서 기다렸다는 듯 내어 주시던 삶은 고구마와 계란 맛은 요즘처럼 인스턴트 음식에 질릴 때면 아련한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즐겨먹던 추억의 음식들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돼버렸다. 동네에서 흔히 먹던 개구리 뒷다리 튀김은 맛볼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운 '별미'가 되어버렸고, 어릴적 흔하게 널려있던 먹거리들은 이제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보일까말까한 '귀한 음식'이 되었다. 나는 이런 음식들의 맛이나 영양보다도 그것에 얽힌 '추억'이 그립다. 이제 이런 음식들을 맛보기란 정말 어려워진 것일까.

 

 

▲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 모악골 음식품평회.

△ 추억의 맛을 복원하는 그 이름, 와일드푸드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이들 추억의 야생음식들을 복원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완주군을 중심으로한 '와일드 푸드' 복원 열풍이 그것이다. 완주군은 지난해부터 추억의 향수 음식, 우리 어른들의 손맛을 지켜나가자면서 '와일드 푸드' 복원을 주도하고 있다. '와일드 푸드'는 이름처럼 야생에서 그대로 가져온 추억의 음식들을 말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며 맛봤던 추억의 맛, 할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시던 우리 어른들의 손맛이 담긴 요리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흔했던, 그러나 지금은 귀한 몸이 된 추억의 '와일드 푸드'들. 내 기억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대략 서너 가지 쯤은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개구리 뒷다리 구이다. 어린 시절에만 해도 동네에 개구리가 흔했다. 동네 논에 나가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화장품 모델(?)로도 유명한, 작고 귀엽기까지한 청개구리를 보는 일은 다반사였고,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제법 큰 개구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한참을 뛰어다니며 개구리를 잡으면 꼬챙이에 꾀어 구워낸다.

 

개구리 뒷다리 구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신기하게도 이 뒷다리 구이에선 닭고기 맛이 난다. 제법 고소하고 담백해 처음 인상을 찌푸렸던 이들도 금새 그 맛에 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함께 맛을 봤던 친구들 중에선 지금도 그 맛을 찾는 '마니아'도 생겼다.

 

두 번째, 밀떡구이와 화덕구이다. 화덕구이란 말 그대로 불을 지펴놓은 화덕에 원하는 먹거리를 꼬챙이에 꽂아 구워먹는 음식이다. 밀떡구이는 화덕에 구워먹는 음식 중 밀가루 반죽을 막대기 끝에 돌돌 말아 구워먹는 것을 말한다. 어릴적 누구나 한번쯤은 고구마나 감자, 밤 같은 먹거리들을 화덕에 구뭐먹어봤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화덕구이는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야외에서 화덕에 구워먹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웠던 추억을 주는 음식이다. 막대기에 매달아 놓고 빨리 익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 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독특한 추억이다.

 

세 번째는 감자삼굿이다. 이 음식은 어린시절의 추억보다는 지난해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 가서 처음 접하게 된 음식이다. 감자삼굿은 쉽게 말하자면 뜨겁게 달군 돌로 감자를 익히는 요리다. 적절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고 뜨겁게 달군 돌을 넣은 뒤 돌 위에 감자를 놓는다. 그리고 지푸라기와 함께 황토를 덮어 익어지길 기다린다. 그럼 뜨거운 돌의 열기가 감자를 익히게 되는데, 이게 바로 감자 삼굿이다.

 

이와 비슷한 요리로는 닭황토구이가 있다. 닭황토구이도 방법은 비슷하다. 갓 잡은 닭을 털도 뽑지 않고 황토옷을 입힌 뒤 화덕에서 구워낸다. 다 구워내고 나면 황토옷이 단단하게 굳어 벗겨내면 털과 함께 빠진다. 중요한 것은 닭을 제대로 구워내기 위해선 3~4시간 정도 구워내야 한다는 것. 오랜 시간 여유있는 마음으로 구워내야 하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요리가 아니다.

 

 

▲ 갓 잡은 닭을 털도 뽑지 않고 황토를 덮고 있는 모습.

△ 추억의 음식들이 매력적인 이유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런 추억의 음식들을 지난해 완주 와일드 푸드에서 다시 맛볼 수 있었다. 완주군이 사라져가는 옛 맛을 지키겠다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복원한 덕분이다. 완주군은 지난해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에서 음식들을 소개했다. 수십가지 추억의 맛을 소개하기 위해 13개 읍·면의 '손맛'들을 모아 마을별 경연까지 펼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축제를 통해 오랜만에 먹어본 그때 그 음식들은 나에게 기분좋은 매력을 선사했다. 첫째, 유년시절의 추억을 그리게 하는 매력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 기름진 인스턴트 음식에 찌들어있던 나에게 어린 시절 맛봤던 음식들은 아련한 향수와 함께 친구들과 뛰놀던 추억까지 되새길 수 있게 해줬다. 개구리 뒷다리 구이를 한입 넣었는데 어찌나 추억이 되살아나 웃음이 나던지.

 

 

▲ 밀떡을 꼬챙이에 꽂아 화덕에 굽고 있는 모습.

둘째, 몸 속 가득 퍼지는 건강함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해서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시절의 음식들엔 합성조미료나 지나친 기름기가 없었다. 그저 야생에서 건져올린 재료(?)들을 구워내고 삶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 음식들은 신선하고 건강하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듯 순수하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에게 기분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갈수록 전자제품과 꽉 막힌 콘크리트 건물 등 도시숲에 갇혀 살아가게 될 내 아이에게 자연에서 뛰노는, 자연을 맛보는 이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다. 보다 넓고 밝은 생각과 마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이 야생음식, 와일드 푸드가 반갑다.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완주군에서만 조명하고 있는 와일드 푸드. 오랜만에 만난 이 음식들엔 우리의 어린시절이, 추억이, 몸 속 가득 퍼지는 건강함이 담겨 있다.

 

 

 

성재민 문화전문 시민기자

 

(선샤인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