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문화산업지구 'M50'

세계의 도시들이 '도시 재생'에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 건축물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은 단순히 쓸모없게 된 공간을 다시 활용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중국 최대도시 상해에도 도심재생을 성공시킨 공간이 적지 않다.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 지역이 대표적이다. 'M50'으로 불리며 널리 알려진 이곳은 북경의 '다산츠(大山子) 798'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예술단지로 꼽힌다. 두 곳 모두 대규모 공장 단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간산루는 원래 황푸강 지류인 쑤주우허(蘇州河) 남쪽 강변에 있는 평범한 마을이었는데 배를 이용한 물류수송의 이점 때문에 1930년대, 방직공장들이 들어서 대규모 단지를 이루었다. 모간산루 뿐 아니라 쑤주우허 일대는 면화공장 기계공장, 인쇄공장, 염색공장 등이 몰려있어 상해 서부산업지구의 중심으로 꼽혔다. 자연히 연안의 개발과 보존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상해 시정부는 치수와 수질오염개선 오염방지 연안정비에 집중투자하면서 새로운 연안개발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공장들이 외곽으로 이전하자 오래된 공장과 창고는 철거되거나 방치됐다. 더 이상 공장으로는 쓸모없게 된 이 지역 공간을 눈여겨 본 사람이 대만 건축가 텐쿤얀(Teng Kun Yan)이다. 임대료도 싼데다 공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간도 넓어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텐쿤얀의 'Dayang Design Company'를 시작으로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간산루의 빈 공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해 시위원회는 2004년 이곳을 문화산업지구로 지정했다.

 

얼마 전 상해 문화산업지구 몇 군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가장 관심을 끈 곳이 이곳 'M50'이다.

 

'M50'에는 2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이 있다. 미로처럼 놓인 건물 안팎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아트샵, 서점,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공간마다 특성을 달리하는 갤러리를 엿보는 것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개의치 않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훔쳐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알려지기로는 10여개국 200여명의 예술가들이 입주해있으며, 하루 평균 5천명 주말에는 1만 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관광객 수도 그렇지만 더 주목했던 것은 이곳에 들어와 있는 적지 않은 외국계 갤러리와 문화관련 회사들, 다시 말하자면 외국 자본의 유입이다. 'M 50'를 예술창작지구나 예술촌이 아니라 문화산업지구로 지정한 배경도 분명해졌다. 예술가들의 창조적 작업을 경제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산업. 기업의 역할은 이렇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이 골몰하는 기업유치 대상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