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이 울고 있다

지난 13일 새벽, 군산에는 유례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시내 일부에서는 불과 4시간만에 444㎜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고 많게는 시간당 131㎜의 비가 퍼부었다.

 

하늘은 뚫렸고 시내 저지대 곳곳은 침수로 허리춤까지 물이 차 올랐으며 저지대에 사는 서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빠뜨렸다.

 

소룡동 아파트등지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흙더미에 묻였고 나운동등 저지대 지하상가는 아예 물에 잠겼다.

 

인명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지만 침수된 차량만 약 5000대에 달했고 주택도 약 1400가구가 물에 잠겼으며, 3000㏊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4만5000여마리의 가축도 폐사된 것으로 추산됐다.

 

물폭탄이 내린지 만 2주가 지나 피해를 입은 상가나 주택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복구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도 복구가 끝나지 않아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저지대 지하상가들은 폐허로 변하다시피했고 지하 서점 곳곳에는 물에 적은 책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이 저지대의 인도에 널브러져 있고 침수주택에서는 환풍시키고 물기를 걷어내기 위해 선풍기를 풀가동하고 있었다.

 

중앙합동 재해조사단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피해조사에 나섰지만 도로·하천·상하수도·교통시설등 공공시설과 주택및 농경지침수등을 기준으로 볼 때 피해액이 53억여 원밖에 산정되지 않았고 이는 특별재난지역기준액인 75억원에 미치지 못해 특별재난지역의 선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빗물이 방안까지 들어차는 바람에 신문지나 걷어낸 장판을 깔고 잠을 자면서 집안을 정리하고 있던 수송동의 한 70대 서민은 "복구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면서 "날마다 일을 나가 먹고 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망연자실해 있다.

 

저지대인 동흥남동의 한 상가주인은 "군산에서 40년을 살았지만 이같은 일은 처음이다"며 "무릎까지 물이 차 올라 6000만원정도 피해를 입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 피해를 입은 수많은 시민들이 곳곳에서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수해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아픔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힘을 합해 복구에 나서야 한다. 수재를 입을 시민들은 우리들의 형제와 이웃이 아닌가.

 

이웃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나 다름없다. 서로 아픔을 끌어 안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군산시가 왜 이같은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경포천 한개의 하천으로 과연 도시발전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지 집중 점검하고, 수송동 원협공판장~회현면 월연리 만경강 합류점까지 6.3㎞구간(옥회천)을 지방하천으로 개수하는등 근본적인 수해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요즘의 기상변화는 예측할 수 없어 언제 또 다시 물폭탄사례가 발생, 시민들을 힘들게 할 지 모른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시와 시의회는 물론 시민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

 

초대형 태풍인 볼라벤이 서해안방면으로 북상하면서 또 많은 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