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몸살

이경아

죽을 것 같은 질긴 목숨들이 살아나

 

모든 기억들을 찾아 나섰다

 

희망에 시린 손가락을 걸고

 

슬픈 것은 슬픔 끝에

 

아픈 것은 아픔 끝에

 

갈퀴 같은 무딘 손가락 끝 여기저기

 

밑동 늙은 등걸에도 스멀스멀 간지럼 탄다

 

너도나도 이 순간만은

 

한 가득 간지러운 꽃 몸살이다

 

언 가슴 속 어디에선가

 

망울망울 터져 나오는 불꽃이다

 

※이경아 시인은 1989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물 위에 뜨는 바람', '내 안의 풀댓잎 소리','오래된 풍경','시간은 회전을 꿈꾸지 않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