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처서가 지났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여름의 열기가 남아서 덥다. 사람들은 지금을 여름으로 느끼지만 하늘은 가을을 준비한다. 음기운이 서서히 열화(熱火)를 에워싸 계절의 순행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생기(生氣)라면 여름은 왕기(旺氣)가 되고 겨울은 사기(死氣)가 되는데 ,특별히 가을은 숙살지기(肅殺之氣)라 했다. 엄숙해지고 살 떨리는 기운이라는 뜻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과정을 '금화교역'이라 한다. 금(金)은 가을 화(火)는 여름이다. 금화교역이란 금기와 화기가 교체된다는 말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과정은 비교적 완만하다. 하지만 여름에서 가을은 그렇지가 않다. 뜨겁던 여름의 열기가 졸지에 쌀쌀하고 매서운 가을 기운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의 대혁명이라고 말한다.
대선 철이다. 30일 민주당 전북 경선이 시작된다. 비문(非文) 3인방이 문재인 후보의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자그만치 10만 규모여서 경선의 분수령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출마선언도 안한 안철수 서울대교수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전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결선투표의 향배가 달려 있을 수 있다. 대규모 캠프를 꾸린 정세균 후보의 득표력도 변수다.
전북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소외로 가장 살기가 힘들다. 변방으로 내몰려 기업 유치도 팍팍하다. 김완주 지사가 백방으로 뛰어도 되는 게 없다. 중앙 정부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도 하대명년이 될 수 있다. MB가 준공연도를 10년 앞당기고 토지이용계획을 바꿨지만 제때 완공될 것이라고 믿는 도민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대선이 전북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화려한 여름의 열기가 사라진 터전에서 지혜의 열매를 얻으려면 전북인이 이번 경선에서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