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운수(雲水)는 임실의 옛 지명으로, 운수지(雲水誌) 서문의 내용 가운데 일부다. 운수지는 1904년(고종 41년) 참판 윤태일이 기록한 임실군의 역사지로서 그 번역본이 이번에 출간됐다. 지난해부터 임실문화원이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지난 8월초 펴냈다.
임실의 지지(地誌)인 운수지는 원래 1675년(숙종 1년) 현감 신계징이 기록했으나 지금은 발문(跋文)만 남아 있을 뿐이며 1924년 임실군지가 만들어졌으나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것이라 이번에 번역된 운수지가 임실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실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서 산수가 빼어나고 땅이 기름져 산물이 풍부한데다 충효의 고장으로 알려져 운수지에도 충신과 효자 열부 선행자들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 망라돼 있다.
충절편에 보면 병조참판에 증직된 박순달은 의병장 고경명과 이종형제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천일 등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왜구와 맞서 싸웠고 절의를 지키다 죽었다. 이 처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갑자난(이괄의 난) 병인양요 갑신정변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던져 싸웠던 충신 48명의 행적이 기록돼 있다. 효행편에는 7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칼로 위협하는 도적 떼에 죽을 각오로 맞서자 도적들이 감탄하고 놓아주었다는 윤두표를 비롯 부모의 대변을 맛보며 병세를 알아서 처방했다던 박순 등 모두 244명의 효행이 수록됐다. 이외에도 남편의 병세가 위급해지자 넓적다리 살을 베어 복용케 해서 살렸다는 전주이씨, 정유재란 때 갑자기 왜구를 만나자 시아버지와 남편 앞에서 칼을 들고 대치하자 적들이 놀라서 달아나 화를 면하게 했다는 흥덕장씨 등 92명의 효열부 이야기도 있다.
임실의 역사와 문화의 재발견 작업인 운수지 번역본 발간을 통해 임실군이 그동안 민선 단체장들의 불명예를 씻고 새롭게 재도약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