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구도심에 있는 전북예술회관의 활용도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알려지기로는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물을 위한 상설공연장으로의 활용이다. 브랜드 공연 연구 보고서는 이 공간을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할 경우 20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효율적인 활용도가 아쉬웠던 마당에 그 쓰임새가 구체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 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것이다. 전북예술회관은 1982년 문을 연 이후 80년대와 90년대 전북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집산공간이었다. 적어도 전북대삼성문화회관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문을 열기 전까지 지역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문화공간은 전북예술회관 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북예술회관의 공연장 기능은 마비됐다. 도심 안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낡고 빈약한 시설과 방치되어 있는 듯 한 공간 환경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북예술회관이 제 기능을 할 때도 건물의 맨 윗층에 있는 공연장의 활용도는 늘 화제가 됐다. 1·2층과 3층을 지나 4층까지 오르내려야하는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공연예술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구조 탓이었다. 그나마 전북예술회관의 존재를 지킨 것은 전시실의 기능과 문화예술단체의 사무실 기능이다.
얼마 전부터 구도심 활성화와 연계한 전북예술회관의 효율적 활용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람직한 활용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전북의 브랜드공연과 관련되어 나온 전북예술회관의 상설공연장 활용은 그 배경의 목적성에도 불구하고 다소 일방적이고 충동적인 제안으로 보인다.
독일 베를린에는 '발하우스 콘서트홀'(Ballhaus Naunystrasse)이라는 아주 작고 낡은 공연장이 있다. 19세기 베를린의 전형적인 사교댄스장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복원, 독특한 형식의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평범한 주거지역의 건물 사이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화려하게 리모델링된 재생공간들과는 대조될 정도로 낡고 비좁지만 베를린안의 자유로운 예술가 그룹의 창작무대로, 국제예술 무대로 활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우리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이 공간의 쓰임새를 결정한 과정이다. 이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제안된 다양한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하면서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공간은 지금 지역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전북예술회관도 지역의 자랑이 될 수 있는 오래된 공간이다. 그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