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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라북도 인구는 6.5% 줄었다.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인구가 줄지 않은 곳은 전주와 완주뿐이다. 그사이 전주인구는 3% 늘었고 완주 인구도 1% 정도 늘었다. 도내 다른 시군으로부터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전주의 인구증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완주의 인구가 줄지 않고 늘어났다는 것은 다소 예외적인 결과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주의 인구가 늘어난 것이 결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형 타운이 형성된 봉동과 삼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농촌지역 면 인구만을 따로 살펴보면 완주군 인구는 전라북도 인구감소율보다 높은 8%의 인구가 줄어들었다.
농촌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근본원인은 대부분 인구감소로 귀결된다. 사람들이 줄어들면 사회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학교와 병원, 보육시설과 문화공간이 문을 닫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사람이 많은 도시에 가서 사야만 한다. 사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삶의 질 또한 나빠진다.
인구감소와 사회서비스의 저하 그리고 삶의 질이 나빠지고 다시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농촌을 살리는 것은 농촌을 도시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은 도시와 농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잘못된 신화로 판명됐다. 결국 해법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농촌사회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농촌사회의 핵심은 마을이다. 마을은 물리적 공간이나 범위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을공동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마을은 하드웨어로 읽혀지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 즉 마을공동체로 해석되어져야 옳다. 그렇게 보면 마을은 농촌에도 있고 도시에도 있다. 마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며 도시와 농촌 모두를 살리는 일인 것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즉 마을공동체사업이 온 나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동안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주거환경 개선이나 하드웨어사업에 치중했다면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주민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육, 복지, 문화, 일자리 문제 등 지역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을은 조급한 마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예산과 적절한 수단을 통해 마을의 뼈대는 세울 수 있지만 마을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공동체로서의 관계망은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결국 마을공동체사업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오랜 동안의 시간이 결합되어질 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마을이 활성화되면 지역이 살아나고 지역이 살아나야만 건전한 국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는 결국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만 옳다. 올 상반기 들어서만 완주CB센터와 완주군의 마을공동체사업 현장에 전국에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한 농촌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농촌수도를 꿈꾸기 시작한 완주군의 노력이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