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 자료 분석하기
〈자료 1〉
북망이래도 금잔기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읫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죽음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 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박두진, 〈묘지송〉
〈자료 2〉
1980년 8월 5일 한 학생이 비소케산(Visoke Mt.)의 경사면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고릴라들을 보고 있었다. 관찰을 시작한 지 30여 분 후에 30미터 아래의 완만한 지대에서 이카루스가 '후-후-후-'하는 낮은 음조의 연속음을 내고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릴라들은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고 그 학생도 고릴라들을 따라갔다. 우두머리인 베토벤의 아들 이카루스가 나무 아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늙은 암컷 마체사를 발로 차고 주변의 풀을 쳐대고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체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체사는 아마 죽었거나 혼수상태였던 것 같다. 고릴라들은 주위에 몰려들어 이카루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에피를 제외한 모든 고릴라들은 마체사의 사체를 잠깐씩 지켜보았다. 두 시간 가까이 과시행동을 하고 난 후에 이카루스는 나무 아래에서 마체사를 끌고 나와 때리기 시작했다.
이 폭행은 세 시간이나 더 지속되었고, 베토벤만이 때때로 찾아와 이카루스가 마체사의 시체를 끌고 가려는 것을 저지했다. 이카루스의 공격은 더욱 격해졌다. 때리는 것으로 모자랐던지 온 힘을 실어 마체사의 사체 위로 뛰어 내렸다.
다음 날 아침 고릴라들은 여전히 마체사의 사체 주위에 모여 있었다. 이카루스는 밤새 그녀를 몇 미터 떨어진 곳으로 끌고가 폭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잠시 쉴 때만, 불쌍한 미란다는 움직이지 않는 어미의 차가운 팔 아래를 기어 다니거나 젖을 빨려고 했다. 다른 어린 고릴라들은 조심스레 마체사의 입이나 항문을 나뭇가지나 혀로 살펴보았다. 에피의 52개월 된 딸인 파피가 마체사 위로 올라가서 반응이 없는 몸을 밀고 때렸다. 거의 의례적인 반복 공격을 하던 이카루스가 쉴 때마다, 무라하는 할머니 곁에 가서 털을 골라주었다.
고릴라들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이 집단의 경우에는 죽은 고릴라에게서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는 것 같았다.
-다이앤 포시, 〈안개 속의 고릴라〉
〈자료 3〉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사람들이 부패를 피하는 것은 부패하는 것들의 악취와 추악한 모습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강과 아름다움을 갖춘 사람들이라도 죽으면 그런 상태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중략]……밀론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해도 죽으면 얼마 안 가서 해골이 되고 결국에는 최초의 자연으로 해체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체를 묘지로 보내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안색이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들어갈 곳이 장차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호사스러운 묘가 아니라 간소해서 볼품없는 묘라는 것을 예측하고 비탄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우매한 일이다.……[중략]……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이 애착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죽음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일 때, 죽음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유언을 써놓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며 죽음에 사로잡히게 되고,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곱빼기 식사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필로데모스, 〈죽음에 관하여〉 중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 1〉, 〈자료 2〉, 〈자료 3〉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고, 〈자료3〉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자 내외)
보낼곳: nettesvoll@hanmail.net
2. 면접 논제
자신의 유언장을 쓴다면, 어떠한 내용을 쓸지 말하시오.
■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
〈자료 1〉
북망산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일컫는다. 즉 묘지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아름다운 금잔디가 깔린 곳이며, 시적인 공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주검을 재생을 꿈꾸며 태양을 그리워하는 긍정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할미꽃과 멧새와 같은 자연과 행복하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나타나 있다. 시적화자는 죽음을 삶의 끝으로 보지 않고 영원한 안식과 재생의 계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이얀 촉루'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어둠을 비추는 존재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덤을 끝이 아닌 새로운 탄생의 장소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현실의 힘겨움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료2〉
영장류학자 다이앤 포시가 아프리카 르완다 산악고릴라에 대한 관찰 결과를 보고한 것에 일부로, 2011 연세대학교 수시 입학 논술에 나왔던 지문이다.
주어진 자료에 대한 독해력과 분석력이 없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죽은 동료 고릴라에 대한 다른 고들라들의 다양한 행동이 묘사되어 있다. 〈자료 1〉은 인간의 죽음에 관한 반응이라면, 이 자료에서는 동물들의 죽음에 관한 반응을 분석해 내고, 〈자료1〉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고릴라들은 죽은 고릴라에게 반복적으로 거친 폭력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릴라들이 죽은 고릴라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친족관계이거나 어린 고릴라들은 더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관찰하고 있는 학생은 이러한 행동을 죽은 고릴라에게서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료3〉
〈자료2〉와 마찬가지로 2011 연세대학교 논술 출제 지문으로 학생들이 읽기 쉽게 편집한 글이라고 한다. 이 자료에서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묘지에 집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은 즐거움이 아닌 죽음의 공포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 쟁점 확대하기
[찬성] 죽음은 끝이 아니다-죽음은 삶의 연속
1.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 죽음 이후의 시간을 생각한다. 어느 나라마다 장례풍속이 있다.
2. 인간은 때로 죽음을 삶의 연장선이나 일부로 받아드린다. 죽음은 신성한 것이다.
3. 삶이 있다는 것의 이면에는 죽음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반대] 죽음은 끝이다-죽음에 대한 공포와 거부
1. 모든 생물체는 태어나고 죽는다. 삶은 죽음을 준거로 하여 살펴진다. 죽음은 삶의 반대다.
2.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다. 죽음은 회피하고 거부하고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본능이다.
3. 천재지변과 전쟁, 뜻하지 않은 참변과 교통사고...... 뜻밖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무능하고 무력하다. 죽음은 무례하고 불쾌한 일이다.
■ 쟁점 기출문제
△ 2011년 연세대학교 수시 논술(인문계열)
-제시문 (가) :가다머, 〈과학시대의 이성〉
-제시문 (나) : 다이앤 포시, 〈안개 속의 고릴라〉
-제시문 (다) : 필로데모스, 〈죽음에 관하여〉
-제시문 (라) : 둥켈, 배설물과 죽음에 대한 개념의 심리적 연관성을 실험한 연구결과의 일부를 발췌?수정
1.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죽음의 태도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 50점)
2. 제시문(가), (다) 각각의 입장에 근거하여 제시문(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1,000자 안팎, 50점)
■ 용어정리
△티베탄의 천장의식
죽은 자를 하늘로 보내면, 다음 세상에 부자로 태어나, 헐벗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생각에서 죽은자의 사체를 독수리떼에 먹여, 하늘로 올려보내는 의식이다.
처음엔 사체를 독수리떼에 넘겨 주어, 뼈 만 남으면, 두개골 부터 손가락 마디까지, 독수리떼가 먹기좋도록, 보릿가루를 섞어 곱게 빻은 다음, 다시 독수리떼에게 먹인다.
■ 쟁점 관련 도
1. 정진홍, 〈만남, 죽음과의 만남
2. 김열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 쟁점 관련 영화
1.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씨 인 사이드〉
2. EBS 지식채널e 회, 〈무연사회〉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논제
〈자료 1〉을 바탕으로 〈자료 2, 3〉을 요약하여 서술한 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하는지, 외롭게 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해 보시오. (900자 내외)
(본보 2012년 9월 5일자 제시문에 대한 학생글)
1. 학생 논술문
현대사회는 매체와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매체는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인간은 매체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자료2〉의 오드리의 사연은 온라인상의 '라이프 믹스'속 삶의 우리의 정체성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의 실생활조차 이러한 매체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자료3〉 은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통해 현재 테크놀로지가 인간과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테크놀로지와 인간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현재 테크놀로지는 나날이 발전하여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등의 SNS부터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유튜브까지 우리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보다 더 부유하고, 훨씬 젊고, 날씬하며, 한결 잘 차려 입는 등, 우리 자신의 모습이 실제 모습이 아닌, 가식적인 모습으로 '소통' 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상호신뢰를 전제로 하여 출발한다. 그로부터 서서히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고 교감하며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상호간에 신뢰가 없는 관계는 행복할 수 없으며 곧 깨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상태로 가상세계에서 관계를 맺는다.
이처럼 서로의 진모습을 숨기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맺는 관계는 자료 2에서처럼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지속적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점차 소외되고 외로워질 뿐이다.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전하여도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만으로 할 없는 것이 있다.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상처 받기 쉬운 존재이다. 비록 〈자료3〉의 예처럼 교감이 가능하며, 마음을 바꿀 수 있을 수는 있지만, 테크놀로지는 소통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최원영(동암고 1학년)
2. 교사 총평
테크놀로지는 인간관계를 조정한다
현대는 매체와 이미지의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은 매체를 통해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형성해간다. 이 관계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외롭게 할 수도 있다. 이는 이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제시문(대상 도서)에 대한 이해 분석력
먼저 제시문에 대한 분석이다. 〈자료1〉은 현대는 매체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자료 2, 3〉을 통해 현대 인간의 실생활이 매체의 영향력 아래에서 가식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료 1〉을 바탕으로 한 좋은 요약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창의력은 하나의 유추이다. 매체의 시대에서 우리는 매체를 통해 소통한다.
그러나 그 매체는 가식적이다. 사람이 가식적일 때 그 소통은 가식적인 것이 된다라는 구조를 통해 원영이가 하고자 하는 논리를 잘 펼치고 있다.
△문제 해결력
문제 해결력은 논증의 구조를 가진다. 지금 원영이는 쟁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논증을 펼치고 있다.
테크놀로지는 소통의 도구일 뿐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 대신 테크놀로지가 대신할 때 우리의 관계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장력 및 표현력
대개의 논술문을 보면 논제에 충실하지 못한 논술글이 많다. 이번 논술문은 논제에 충실한 논술문이다.
특히 자료 1을 바탕으로 자료2, 3을 요약하고, 테크논로지가 인간관계를 외롭게 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리글로서 구조가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임창범(고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