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는 중국 제나라 시대, 서로 이해하고 믿고 정답게 지내는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깊은 우정을 담은 고사성어다. 벗 사이의 변치 않는 사귐을 일컫는 한자 성어는 이밖에도 많다. 매우 친밀하게 사귀어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 아교풀로 붙이고 그 위에 옻칠을 하면 서로 떨어지지 않고 벗겨지지도 않는다는 뜻을 담아 마음이 변하지 않는 두터운 우정을 이르는 '교칠지교(膠漆之交)'도 있다. 이 뿐인가. 지란지교(芝蘭之交) 금란지계(金蘭之契) 막역지우(莫逆之友), 문경지교(刎頸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죽마지우(竹馬之友) 등 같은 의미를 가진 한자성어가 꼬리를 문다.
금태섭 변호사의 안철수 교수 사찰 의혹 기자회견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연히 뜨거운 논란의 본질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데 있다. 그런데 논란의 중심에 눈길을 끄는 '주제어'가 등장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친구사이'다. '금정지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은 의혹을 제기한 금태섭 변호사와 의혹을 받고 있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 사이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친구 사이인가' '아닌가'를 밝히는 일은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그런데도 바로 거기 미묘한 함정이 있다. 우리의 정서상 '친구사이에~'가 갖고 있는 함의의 힘 때문이다.
'친구'와 '친구 아닌 사람'의 경계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친구= 1.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뜻을 집합해보면 누구에게나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친구'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 뜻대로라면 '친구 사이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그런데도 '친구 타령'은 잦아질 기미가 없고 이제 거짓말 잇기까지 더해졌다. 하기야 그럴수록 논란의 본질이 더 분명해질테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