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인간의 적자생존

인간은 재해·전염병 극복 지구역사상 가장 오래 생존 강인한 동물이었는데 미생물·항생제와 싸움서 언제까지 승리할 수 있을까

▲ 정 은 택 원광대병원 원장

현재 인간이 동물적인 존재로 야생에 방치된다면 가장 허약한 동물일 것이다. 그러나 오랜 지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도 매우 강한 동물이었다.

 

지구 역사상 인간은 바퀴벌레나 악어 등과 함께 가장 오래 생존하고 있는 강인한 동물로 확인되고 있다.

 

인간은 지능 외에 육체적으로도 매우 우수하여 지구의 탄생 이래 많은 생물들이 자연환경의 변화 즉 빙하기 같은 지구온도의 변화 및 페스트 같은 질병의 엄습에도 불구하고 오랜 야생의 생활을 지키면서 종족을 유지하였다.

 

야생에서 인간은 직립보행을 시작함으로써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돌을 도구로 사용하는 석기시대에 진입하여 불의 사용과 더불어 수렵, 농경에 이어 언어와 상호규약의 인정 등 사회적 집단생활에 들어가 드디어 문명사회의 진입을 실현하였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도 인간집단은 많은 시련에 직면하였고 여러 희생을 치러 가면서 문제를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자연 재해는 기본이요 식량의 부족에 따른 아사, 부족 간의 물자확보와 지배계급의 이해에 따른 전쟁과 무수한 살생 등의 환경의 변화,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전염병이었다. 지구상의 많은 생물체들이 자연재해 등의 환경변화와 미생물의 감염에 따라서 멸종되었다.

 

그러나 인간만이 다른 동물에 비해 안전하고 수월하게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여 자연을 이용해 온 것은 아니었다.

 

불과 500년 전만 하여도 남녀 한쌍이 결합하여 15세부터 35세까지 평균 10명을 생산하였으나 출산과정 영양결핍 질병 자연재해 등에 의해 불과 2명 정도가 성인에 이를 정도였다. 즉 30 여년마다 인간은 5분의 1만이 살아남을 정도의 지독한 생존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동물에 비하면 인간은 출생 후 성체에 이르기까지의 생존율이 매우 높은 편이나, 그렇다고 자연은 인간을 특별히 예외적인 생물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렇듯 인간은 오랫동안 야생적으로도 매우 강한 동물이었다.

 

불과 100년 전만 하여도 우리나라는 남녀 한쌍이 평균 8명 정도의 출산을 하였으며 그중 2.5명 정도가 성인에 이르러 비로소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식량 증산에 따른 영양의 개선, 주거 환경, 생활위생의 발전, 각종 예방접종 항생제 등의 의료의 발전에 따라 지금은 출생 후 거의 대부분이 별일 없이 성인에 이르게 되었다.

 

심지어 미숙아, 면역기능 장애, 선천성 질환, 대사 장애 등의 유전성 질환 보유자도 장기 생존하여 허약한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건네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랜 기간을 30여년마다 5분의 1이라는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쳐 오던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서는 더없이 허약한 객체로 전락하였다.

 

현재의 인간이 갑작스런 빙하기나, 중세의 페스트 같은 대 재앙이 엄습해 온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미생물과 항생제와의 싸움에서 언제까지 인간이 승리할 수 있을까?

 

최근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AIDS, 조류 독감, 변형 독감, SARS, 수퍼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의 기습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때마다 인간의 100년 이전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강인한 대항과 극복이 현재의 허약해진 인간에서 과연 기대 할 수 있을까?

 

자연과 우주는 인간을 특별한 생명체로 인정하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