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더미 연가

김영재

어느 찬란한 문명국의

 

고물상 고철더미 속의 고철들은

 

서로 엉켜 붙어 있으면서도

 

가슴이 맞닿아 있지 않다.

 

두꺼운 녹으로

 

잘 접착되어 있는데도

 

차가운 금속 본성 때문일까

 

손을 건성으로 잡고 있다

 

수 없는 발들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수 없는 사타구니에

 

쑤셔 넣어져 있어도

 

이리 저리 이어진

 

틈새로

 

냉기만 흐른다.

 

※김영재 시인은 전북대 명예교수로, 시집 '나비크로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