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기획한 광대의 노래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14~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연출 지기학)는 앞의 궁금증과 관련해 뜻깊은 작품이었다.
△ 동리 스타일 vs 강남 스타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소리꾼을 확대한 사람이 동리 신재효(1812 ~ 1884). 아전에서 양반으로 구경꾼을 확대한 사람도 동리 신재효다. 그는 이른바 그 시대에 '동리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이젠 '강남 스타일'. 이 노래가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하자. 스스로 'B급'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 이젠 '(지)기학' 스타일
연출자 지기학의 작품에는 지기학이 있다. 문순태의 소설 '도리화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전체적으로 A급이었다. 사무친 그리움을 억압하는 인물이 중심축. 오동과 같은 존재인 신재효(김대일 역)가 봉황처럼 찾아왔으면 하는, 가슴에 품은 가공인물 진채선(방수미 역) 봉선(정승희 역)이 극을 이끌어간다.
알려진 이야기 속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서사 구조도 탁월했고, 판소리로 출발해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무대 활용 역시 유연했다. 소리에 대한 무한한 열정,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웠다. 이런 '(지)기학 스타일'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기학 스타일'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축제 속의 작품으로는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극을 생기발랄하게 이끌고자 했던 정민영(풍각쟁이)은 구원투수처럼 비춰졌다.
판소리가 충분히 '발라드'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무대였다.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감독을 했던 김백찬은 대중적 감수성을 알고 있었다. 황성현(타악), 허진(피리)과 좋은 트리오를 보여줬다. 이런 형태의 소극장 판소리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들었다.
△ 소리축제는 B급 같아 뵈는 A급 스타일로
이번 작품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만나는 '광대의 노래'라는 이름의 세 번째 작품이다. 튼튼한 구성에 깔끔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송순섭 명창이 극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그렇다면 소리축제에서 만나는 '소리 스타일'은 어떠해야 할까? 내 생각엔, 'B급' 같아 보이는 'A급'이었으면 한다. 욕망에 대한 억압보다는, 세상에 조화하는 아름다운 욕구였으면 더욱 좋겠다.
대중은 진지함보다는 진솔함에, 억눌림보다는 솟구침에 반응한다. 무거운 것을 무겁게 표현하는 것에 박수를 치는 수효는 점차 줄고 있다는 뜻이다. 그게 축제를 매개하는 작품에선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판소리 또한 울음(비장)과 마찬가지로 웃음(골계)이 절반의 영역이 아닌가! 소리축제의 앞으로 '소리 스타일'은 처절한 외침이나 사무친 그리움은 조금 절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설픈 광대일지라도, 웃기는 광대를 만났으면 좋겠다. 적어도 축제에선 그랬으면 좋겠다. 소리판에서도 'B급 스타일'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윤중강
(국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