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립전주박물관이 '관람객이 뽑은 박물관 10대 유물 선정 이벤트'를 했다. 여기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전시품이 바로 익산 원수리 출토 순금제 불상이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있는 국보, 보물을 제치고 불과 5cm 밖에 되지 않는 자그마한 불상이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순금불상은 1963년 8월 6일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 살던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발견하였다. 이 순금불상이 발견된 장소는 마을사람 사이에서 이미 독적골 절터로 알려졌던 곳이었다. 그런데 관람객이 가장 사랑하는 이 순금불상이 금은방에 팔려 금반지가 될 뻔한 적이 있다. 바로 이 불상을 발견한 사람이 충남 논산의 한 금은방에 팔러갔다가 금값으로 여섯 돈을 쳐주겠다는데 실망하고 돌아서는 찰나 순경이 이를 발견하여 현재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존재인 부처의 모습은 불교경전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몸에서 황금빛이 난다는 내용이 있다. 경전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려면 황금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그런데 삼국시대 이래 수많은 불상 가운데 순금으로 만든 불상은 경주 구황동 삼층석탑에서 출토된 2구와 익산 원수리 출토 순금제 불상 1구 등 3구밖에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부터 황금은 매우 귀하고 비싼 보석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불상은 철이나 동과 같은 금속, 나무, 흙, 돌로 만들었으며, 황금빛을 내기 위해 도금을 하였을 뿐이다.
불상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을 때 취했다는 항마촉지인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석가모니불상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역삼각형 얼굴, 오른쪽 어깨 위를 살짝 걸친 옷자락, 대좌 등의 형태는 중국 원대 성행하였던 네팔과 티베트의 불교인 라마교의 불상과 유사하다.
불상의 뒷면에 '男 善 人 辛丑正月日 金○○'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로써 신축년 1월에 김모라는 사람이 발원한 불상임을 알 수 있다. 이 불상에서 네팔과 티베트 불상의 영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미루어 보아 신축년은 1361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상단에는 고리가 하나 달려 있는데, 여기에 줄을 꿰어 마치 목걸이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람객이 이 불상을 국립전주박물관 대표 유물을 꼽은 이유는 아마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거나 예술성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불상을 지닌 사람의 삶을 지켜주고 소원을 들어주었던 부처의 영험함을 느꼈던 게 아닐까.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