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 대선 경쟁이 본 궤도에 올라 있다. 문재인은 당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어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치열한 경선을 뚫고 민주당 후보가 됐다.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과, 벤처 CEO, 교수를 거쳐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안 두 후보는 왕후장상의 씨는 아니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대선후보에 들 것이라곤 상상치 못했던 주자들이다. '왕후장상의 씨'에는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해당된다. 박 후보는 20대에 이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세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선 공연'은 다른 어느 선거보다도 흥미진진하다. 마치 흔들리는 갈대처럼 민심이 요동친다. 클라이맥스인 단일화 대목 때문에 박진감도 넘친다. 올해 대선은 세 후보간 지지율이 박빙이어서 누가 추석 민심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추석 민심은 1차 승부처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TV토론을 한다면 '강남 스타일'의 싸이 공연보다도 더 많은 시선을 끌 것이다. 안 후보가 3자 회동을 제의한 데 이어 "추석 전에 만나 국민들께 추석 선물을 주자"고 회동시한까지 제시했다. 박·문 후보도 각각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화답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TV토론은 민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민심을 하늘로 삼는 1차 관문이 추석절 회동이다. 회동할 바엔 TV토론을 벌이는 게 국민 요구에 더 가깝다. 그래야 참새인지, 기러기인지 가려질 게 아니겠는가. 추석 밥상머리 대화도 더욱 풍요로워질 테고.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