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지역 최초 궁도 공인 8단 남광우씨 "국궁 전통 지키고 대중화 이끌 터"

전국서 가장 짧은기간에 8단 획득'명성' 토목·건축업 접고 궁도의 길로 아예 전업

고려말 이성계 장군은 지리산 부근인 남원 운봉읍 황산에서 아지발도가 이끈 왜구 20만명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최종병기 '활'이다.

 

그래서 남원지역에서는 운봉읍 황산에서 매년 '남·여 궁도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활(궁도)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 가운데 민족의 혼에 자부심을 갖고 궁도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백발백중 명궁'으로 통하는 남광우(44·남원시 주천면)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원지역 최초 공인 8단인 그는 전국에서 가장 짧은 기간(5년)에 8단을 획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토목 및 건축업에 종사하다가 '궁도의 길'로 아예 전업한 그의 사연은 남달랐다. 활의 전통을 지키고 싶고, 활의 대중화를 이끌고 싶어 자신의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의 궁도 인생은 2007년 7월, 한 중앙일간지에 게재된 궁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시작됐다. 설렘과 흥분으로 무작정 남원시 어현동에 위치한 관덕정을 찾아간 것이 그의 입문이다.

 

그는 활 시위를 당길 때마다 행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년에 2개 단까지 승단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가 5년만에 8단에 오를 수 있고, 자신의 직업을 미련없이 궁도인으로 바꾼 이유였다.

 

남 씨는 궁도에 대한 확고한 자세와 철학을 얘기한다. 옳은 정신과 예의를 갖추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활을 잘 쏘는 비법이라 했다.

 

"화살은 145m를 날아 직사각형 과녁에 부딪힙니다. 양궁과 달리 국궁은 과녁의 어디를 맞춰도 명중이라고 하지요. 발 놓는 위치부터 모든 자세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비운 상황에서 온몸의 기를 집중할 수 있다면 명중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한 여름이라고 해서 반바지를 입고 궁도장을 찾으면 안됩니다. 정신수양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궁도는 예로부터 예의를 중시했습니다."

 

그는 궁도에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이 담겨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 활인 '각궁'은 중국이 만들고자 했어도 절대 제작하지 못한 것이라 한다. 무소뿔로 만든 각궁에는 민족의 정신과 혼을 불어넣기 때문이란다.

 

이런 궁도의 대중화에 남 씨는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국궁은 온 몸의 힘을 모아 쏘는 전신 운동이며, 또 시위를 당기고 풀 때 저절로 단전호흡이 돼 호흡기와 위장병에 좋다"면서 "특수플라스틱 재질의 개량활은 25만원, 무소뿔 등으로 만든 정통 활은 70만원 선으로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인 만큼, 대중화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열린 궁도 대회에 출전해 30회 이상의 입상 경력을 갖춘 남 씨는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금메달 과녁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