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의 지구단위계획에 참여해온 전문가들도 "문화는 과거와 현재 뿐 아니라 미래를 경작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전통문화 또한 그런 연상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전주의 한옥마을을 그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공간으로 꼽았다. 사실 한옥마을의 진정한 가치는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적 영역이라는데 있다. 한옥마을의 건축물들이 농경사회의 전통적 한옥이 아니라 도시생활이나 도시경제 등 그 환경과 구조에 맞게 발전되어온 '도시형 한옥'이라는 특성 또한 원형의 보존 가치가 우선되는 문화유산과는 또 다른 가치를 생산해낸다. 전주는 한옥마을말고도 풍부한 유무형문화유산과 생태자원이 어우러지고, 또한 그것들이 특정한 공간에 집적되어 있으며, 통일된 역사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거나 특정한 문화적 주제로 묶여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도시적 여건을 주목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전주를 문화도시 지향형 RIS(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 모델 구축의 가능 조건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지목했었다. 그런데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해온 전주의 비전을 실현해나가는 바로 그 한옥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공간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고 상업적 변신이 가져오는 화려함과 번잡함의 기운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한옥마을의 미래도 위태롭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