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 최 성 욱 호원대신문 편집장
갑자기 문득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노라니, 기억의 한 파편이 뇌리에 각인이 된 듯 가만히 내 귓가로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하고 물어보던 기억속의 음성이 파도가 물결치듯이 내 귀 언저리에 흘러들어왔다. 누군가는 시골에 가면 넓은 들판에 황금빛의 누르스름한 벼가 무르익어 고개를 숙이고, 그 들판 중앙에는 참새에게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모를 기괴하기 짝이 없는 허수아비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할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푸르른 창공의 하늘을 동그래한 곡선을 그리며 빠알간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이는 어느덧 가을이 찾아와 푸르스름하던 색상들이 빛바랜 도화지처럼 또는 수줍은 어린소녀의 불그스레한 볼처럼 세상을 노랗고 붉게 물들여놓은 정경이 떠오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날씨로 인하여 독서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었고, 그 당시 나의 대답은 '책'이라는 고리타분하게 들릴지도 모를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고 무언가를 안다는 것이 참 즐겁고 좋았었던 것 같다.

 

우리들은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로부터 "책을 많이 읽어라." 하는 예기를 많이 듣고 자라왔다.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즉, 독서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강조하셨을까?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첫째, 책을 읽음으로써 무수히 많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하고 그에 대한 체험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하여 저자가 경험하고 체험한 일들에 대하여 우리는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폭넓은 지식을 책을 통하여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창의성이 길러진다. 독서를 하다보면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책속의(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고, 그로인해 한쪽으로 치우쳐진 편협한 생각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생각의 확장을 통한 사고의 유연성으로 인하여 무엇인가에 대하여 상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속의 편의와 편리를 위한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이를 실현가능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셋째, 건전한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다.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장선상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에 자신이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하여 책을 읽는다면 이를 통해 자신의 지적양식 또한 쌓을 수 있고 동시에 마음의 심적 안정을 통한 스트레스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음에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는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컴퓨터게임을 한다든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더 할애함으로써 우리는 독서를 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싶다.

 

가을이 왔다. 흔히들 말하는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이 왔다. 지금이라도 만약에 그동안 독서를 하는 것에 소홀히 하고 게을리 하였다면 시간이 그동안에 없었다는 핑계는 잠시 저 구석 한편에 놓아두고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마음의 양식을 쌓고자 이참에 독서삼매경에 한번 빠져보는 것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