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북은 정부에서 추진한 지역 활성화 대표사업인 〈신활력사업〉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인센티브로만 수십억의 예산을 받은 지역이 바로 전북지역이다. 그런 관계로 특화자원의 활성화 사업에 가장 노력한 공로와 연계되어 지자체연구소사업이 우리 지역에서 특히 많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 간 전북도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중요한 사업이 조만간 정부에서 지원하는 5년의 지원기간이 끊겨 모처럼 형성된 전북의 지역R&D 자원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사설 연구기관과 달리 공공 연구기관은 예산 지원 없이는 운영되기 어렵다. 지역의 연구기관과 관련된 중소기업도 열악하기 때문에 지역 내 R&D비용의 충분한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열악한 연구환경은 한편으로 공공 연구기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하여, 현재 국회에서 지자체연구소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전북은 타 광역단체에 비해 광역단체 산하 연구기관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전남만 해도 한방산업진흥원, 천연자원연구원 등 광역으로 특화된 연구기관이 존재해서 지역의 R&D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생물산업진흥원이 주축인 열악한 지역R&D구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도는 현재 시군 단위의 단순한 지자체연구소가 아니라, 도에서 지자체연구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는 도내에서 유사 연구의 총괄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분자연구소의 주류전문 연구능력과 과실류 연구 등을 감안하면 무주의 와인 및 지역 내 곳곳에서 추 중인 전통주사업에 대한 연구를 총괄하는 전문연구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지역 간 공동연구소로서 지자체연구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정읍시와 고창군 및 부안군은 현재 지역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3개 시군은 복분자연구소를 공동특화연구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임실치즈과학연구소의 경우도 치즈 이외에 지역 간 연계사업의 하나로, 광역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현재 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햄과 같은 동물성 발효식품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면, 국내 최초로 동물성 발효식품을 연구하는 동물성발효식품연구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실 일본에서는 우리와 같은 지자체연구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기업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일본의 경우, 각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특화된 R&D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특화산업을 하고 있는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이 부분까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기업은 드물다. 그래서 지역 내 특화기업을 지원하는 공동R&D기관으로서 지자체연구소는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R&D 없는 특화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 우리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는 새로운 R&D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해 앞 다투어 이를 공약에 넣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R&D기관의 연구가 산업화 그리고 지역화되기까지 적게는 십수년 많게는 수십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새로운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에게 행운처럼 주어진 지역의 R&D기관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지키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것만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지역을 위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