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노인 운전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자동차는 1가구 2∼3대인 경우가 허다하고, 휴대전화는 보급대수가 5천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자동차 문화는 공교롭게도 전통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백화점 스타일로 매장을 꾸민 대형마트들이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자동차 타기에 빠진 고객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는 인간 폐질환과 지구온난화도 부채질하는 1급 환경 사범이기도 하다.

 

물론 하이브리드자동차 보급이 늘어나고, 자전거 타기와 걷기 열풍 등 긍정적 측면도 나타난다. 하지만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서는 살인적 고공행진을 해도 자동차 중독증이 심화된 현대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말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그래서 문제가 더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의 자동차 사랑이 깊어질수록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크고 작은 부상자를 넘어 사망자가 엄청나다.

 

그 중에서 노인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위험 수위를 훨씬 넘어선 것은 주목할 일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초 밝힌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는 총 5만 6,713건이다. 이로 인해 2,810명이 사망했고, 8만 3,838명이 부상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매년 13% 증가한 셈인데 전체 교통사고 증가 추세의 6배에 달한다. 또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5명보다 2배가 높다.

 

추석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다급하게 걸려왔다. 추석제사를 지내기 위해 큰집으로 가다가 길 옆 밭으로 자동차가 전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자동차 조수석에 할머니를, 뒷좌석에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태우고 질주하다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꺾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운전한 노인은 멀쩡했지만 피해는 컸다. 할머니는 허리가 골절돼 하반신까지 위험한 지경이고, 며느리는 갈비뼈, 손녀는 코뼈와 손뼈가 골절됐다. 추석 명절은 망쳤고, 당분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운전자 교통사고는 선진국병이 됐다. 노인 인권도 좋지만 대책 마련이 급하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