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예술대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재위탁과 관련(본보 9월 28일자 2면), 전북도가 다른 민간위탁 단체의 접수도 받지 않은 채 단독 심사만으로 재위탁 여부를 결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리전당 재위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번엔 누가 맡을까'가 아니라 '예원예술대가 다시 맡게 될까, 아닐까'만 논의됨으로써 도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당초 민간위탁이 민간의 전문성을 토대로 행정의 효율성·전문성을 높여 민간에 양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도는 9년 넘게 소리전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주체에 대한 고민 없이 최소한의 운영비(도 지원금 35억)로 무탈하게 운영하는 게 최고의 정책적 목표인 것처럼 비춰졌다.
소리전당을 맡아 운영하게 될 전북문화재단 출범은 제쳐두고 민간위탁만 계속 연장해온 도의 '엇박자 행정'은 결국 예원예술대의 경영 능력만 업그레이드 시킬 뿐, 소리전당의 경영 능력은 제자리 걸음에 놓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게 한다. "당초 사업비만 1094억이 투입된 자산을 몇 억 아끼자고 소홀하게 관리하다 보니, 노후화가 가속화된다. 이게 도지사 재산이었더라도 버려뒀을까"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도가 낙하산 인사로 소리전당에 각종 입김을 넣으면서 엄격한 대관이나 공연 선정에도 한계가 생기고 있다. 지자체 공연장에서 감독을 지내본 경험이 있는 인사는 "지자체에서 관련 행사를 위한 공연장을 내주라 하면 대관료도 받지 않고 내줘야 한다든가, 공연장 수준에 맞지 않는 기획 공연을 급조해 올려줘야 했다"면서 "소리전당 역시 예정돼 있던 공연을 미루고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을 올려주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계는 그 나름대로 소리전당에 불만이 많다. 대표적인 불만은 지역의 기초예술 활성화·창작 공연 기획 미흡 등이다. 소리전당이 적은 예산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대형 스타 공연이나 대관 위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트렌드를 읽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선점하는 공연 기획력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안팎의 지적이 그것이다. 한 때 1000명까지도 넘겼던 소리전당 유료 회원수가 400여 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소리전당이 야심차게 내놓았다가 실패한 기획 공연'아리랑'처럼 소리전당이 직접 공연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를 껴안고 공연을 내놓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마찬가지.
도가 명분 없는 브랜드 공연을 만들기 위한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는 소리전당과 공연단체의 의지를 모아내 지역 공연계 내실을 더하는 '발상의 전환'을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여기에 2014년 개관을 앞둔 익산 복합문화센터나 올해 완공키로 했으나 공사비가 부족해 공사가 터덕인 군산예술의전당까지 건립되면 지역에 대규모 공연장이 세 개가 되는 셈이어서 소리전당과 위상과 입지는 전보다 더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공연장을 기대했던 지역 공연계만 갈수록 멍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