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이는 주변 사람들과 정상적인 소통을 할 수 없는 주의력결핍 장애아가 되어 있었고 엄마 얼굴도 못 알아보았다. 학교 선생님의 질문에는 매번 "다음에 대답하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하면서 딴 짓을 일삼고, 수업 시간에는 자기 목에 걸고 다니는 집열쇠를 꿀꺽 삼켰다 꺼내는 낚시장난을 심심풀이로 했다. 어느 날 가위로 친구의 코를 자르는 실수를 저지르자 조이는 학교에서 정학을 당했다. 학교 가는 대신 전문 치료기관의 도움과 지극한 엄마사랑으로 치료를 받은 조이는 점점 나아졌다. 예상보다 빨리 학교로 돌아온 조이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제 스스로 책을 골라서 책상 앞에 앉았다.
3년 전에 우리 학원에 왔던 욱이(가명)도 조이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 엄마랑 같이 왔던 첫날엔 순진하게 보이던 아이가, 이튿날 저 혼자 왔을 때 보여준 행동은 나를 당황케 했다. 내가 하는 말은 뭐든 도리질을 하고, 저 혼자 후후후 웃다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학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혼을 좀 내줄까 했더니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녁에 전화를 걸어 들어본 욱이네 속사정은 딱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욱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혼자 있단다. 매일 밤 9시 무렵에야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냉장고에서 간식을 찾아 먹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학이라서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하루 종일 아이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한 달간 외갓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근처에 우리 학원이 있기에 들어와 등록을 하게 된 것이라 했다.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우주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끊임없이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그 어린 것들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부른다. 기뻐도 엄마, 속상해도 엄마, 엄마, 엄마……. 엄마가 전부인 아이들이 숨 쉬듯 엄마를 찾을 때 엄마가 곁에 없다면 얼마나 두렵겠는가.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어서 엄마 오기를 기다리는 그 간절함을 어른들은 제대로 이해해주고 있는 것일까?
아이가 눈이 빠지게 엄마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들 무렵에야 퇴근하고, 다음날 아이가 눈 뜨고 보면 출근 준비에 바쁜 엄마. 늘 엄마사랑에 갈증을 느끼던 아이는 결국 엄마의 관심을 끌 방법을 찾느라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들을 떼어놓고 일터에 나가는 엄마들의 마음은 또 오죽할까? 매순간 떠오르는 아이 걱정에 엄마도 아이 못지않게 불안할 것이다.
엄마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문제아로 자라고, 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사회가 물질만능주의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질주하는 동안 발생한 가여운 피해자들인 것이다. 이 아이들을 치유하는 명약 중의 명약이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터, 이 아이들에게 엄마 사랑을 듬뿍 맛보게 해주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젊고 유능한 여성들이 아이 기르기 어렵다고 결혼도 미루고, 출산을 피하려 드는 현실을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출산율 저하보다 더 심각하고 시급한 것이 외로움에 멍들어가는 아이들을 치유하는 일일 것이다.
※ 수필가 김양순 씨는'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논술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