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는 기업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대로 좋은 나뭇잎을 골라서 뜯어 먹을 수 있는 목이 긴 기린의 행복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면 아사(餓死)하는 목 짧은 기린의 수난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자유방임주의의 종언〉에서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이렇게 비유했다. 오늘날 우리는 목이 긴 기린과 목이 짧은 기린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20대 80의 사회를 넘어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 뉴욕에서 1%에 점령된 월가를 99%가 점령하자는 운동이 일만큼 양극화 심화현상에 대한 위기감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셈인지 기업의 나눔 활동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나눔'을 양극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다수의 약자를 배려하고 함께 공생하는 방법, 즉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필연적 의무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매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사회공헌 활동은 분명 제도권이 챙겨주지 못하는 그늘진 곳, 이른바 사각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어 우리사회가 조금씩 나아지도록 힘을 보태 주고 있다.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좋은 기업은 훌륭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대한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
기업의 사회공헌은 분명 우리들 모두가 바라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동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미혼모, 장애인 등 사회의 취약계층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고, 책이 귀한 마을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생기고, 어르신들이 끼니를 걱정하지 않도록 매일 양질의 점심을 챙겨드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또 치료비가 없어 병을 안고만 살았던 사람들은 치료를 받아 건강해질 수 있었다.
사실 기업의 나눔 활동은 시대를 거치며 진화해 왔다.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한 수단으로 나눔 활동을 펼치던 시기가 기업 사회공헌의 초기 모델이다. 이후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일회성의 시혜적 기부활동을 하던 기업들이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나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발 및 의류 제조기업인 팀버랜드(Timberland)는 매년 전 세계 직원들이 참여하여 환경과 관련한 활동을 전개하는 '지구의 날(Earth Day)'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녹지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팀버랜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자원봉사를 확대시켰으며, 이를 발전시켜 2009년에는 '커뮤니티 지킴이 프로그램(Community Stewards Program)'을 도입했다. 매년 미국 포춘지가 뽑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팀버랜드가 9년 연속 선정된 비결이다.
전라북도에도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비롯해 일부기업에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 중 집수리가 필요한 대상자를 지원하는 '사랑의 집수리' 사업을 전개하는 등 임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열정과 책임을 공유하는 기업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사회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업은 공생의 중심에 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이 지구에 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이 사회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윤리적 지향점인 동시에 이기적 기업은 도태되고 공생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호모 심비우스 시대의 생존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