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되는 공익광고 '어서 말을 해'는 비속어·은어 사용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의 언어 현실을 보여준 사례. 하지만 한글날에 생각해보는 올바른 언어 습관을 위해선 여기에 한 가지 단서가 더 붙어야 한다. 외래어·한자 대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는 것.
본보에 3년 째 '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연재하고 있는 장미영 전주대 교양학부 교수(51)는 "영어나 한자로 범벅된 언어 현실에 대한 심각성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외국에서 살다온 교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영어를 혼용한 표현이 많은데, 무슨 뜻인 줄 전혀 모르겠다구요. 가령 전북도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브랜드'바이 전북'이 그렇죠. 영어로 써놓으면 사전이라도 찾아보겠는데, 그걸 한국말로 쓰고 부르니까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우리말 쓰기 운동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문제는 우리말 쓰기를 선도해야 할 사회 지도층들이 오히려 우리말을 훼손시키는 환경을 조장하면서도 이것이 잘못이라는 걸 모르는 데 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팟 캐스트 방송'나꼼수'를 들었더니 욕설이 아주 난무하더군요. 매번 국회에서 욕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또 어떻구요."
실제로 강의 현장에서 충격적인 상황을 여러 번 접한 그는 "비속어 '존나'의 뜻이 영어로 '매우', '많이'라고 알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많다"며 "욕을 안 섞으면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가 거의 막말 수준의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 놓여 있다는 진단.
그래도 아직 절망하기는 이르다. 직업상 전문용어로 외래어·한자를 많이 쓰는 의료·법조계에서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고 싶다면서 강연 요청을 하는가 하면, 그의 연재물을 스크랩해 우리말을 바로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이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운동' 일환으로 각 학교에 다양한 사업을 제안 받고 이를 바탕으로 추진해고 있는 사업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
장 교수는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나, 이렇게 점차적으로 힘을 모아가다 보면 10년 후에는 언어 현실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그는 특히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중앙 언론은 이미 영어나 한자 위주로 쓰이고 있으나, 지역 언론까지 이를 뒤따를 필요가 없고 오히려 우리말 쓰기 운동을 앞장서서 펼칠 수 있다고 본 것. 스스로도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게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연재에 대한 격려나 관심을 볼 때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그는 "언어는 인격의 거울인 만큼 우리의 뿌리를 찾기 위한 우리말 쓰기에 앞으로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