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공개된 불산가스 누출 사고 장면이 담긴 CCTV를 보면 근무자가 탱크로리 위에서 작업하던 중 맹독성의 불산가스가 순식간에 뿌옇게 솟구쳤고, 작업자는 숨졌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5명이고, 입원한 7명 등 치료 환자는 3,178명에 달한다.
8일 현재 구미 불산가스 사고 잠정 피해액은 177억 원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77개 기업이 177억 1,000만원의 피해를 신고했다.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주변 13개 업체의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다. 자동차, 산림, 농작물, 가축 등 피해가 막대하고 비가 올 경우 광범위한 3차 피해도 우려된다.
사고가 심각했던데다 대응마저 부실해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화재사고로 알고 출동한 소방대는 물을 뿌려댔고, 이 때문에 이날 밤 11시55분 현장에 출동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측은 산성도 측정에서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었다. 환경과학원측이 사고 후 7번이나 불산가스 중화제인 소석회(수산화칼슘)을 뿌리라고 구미시 등에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990년 무렵 군산 동양제철화학(現 OCI)이 TDI 생산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시민들이 '생명 위협, 환경오염, 자연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하며 거센 반대시위를 벌였다.
TDI는 TOLUENE. DI. ISOCYANATE의 약자로 무색액체이다. 폴리우레탄 수지의 원료인 TDI는 페인트, 스폰지, 신발, 합성피혁 제조 등 폭넓은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화상태 때 발생하는 가스는 호흡기장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해 당시 군산에서는 '독가스'로 통했다.
TDI는 지금 군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회사 명칭이 OCI로 바뀌고,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서 기업 가치가 올라 지역내 기업이미지도 180도 달라져 있다. 우리 주변에는 위험 시설물이 너무 많다. 인간과 이들 시설물간 상생의 열쇠는 안전장치다. 당국은 화학공장은 물론 도심 주유 및 가스충전소 등 위험시설물에 대한 점검 및 시 외곽 이전 등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